"청와대 비서관 극비 방일, 일 기업자산 현금화 땐 보전 제안"
日, "판결 집행 인정할 수 없다, 즉각 거절"
외교부 패싱 靑이 직접 접촉..대북 협력도 논의
청와대가 최근 두 차례 국가안보실 소속 비서관을 일본에 극비리에 파견해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발간된 분게이슌주(文芸春秋) 2021년 1월호는 ‘징용공 문제 한·일 비밀교섭의 전모’라는 기사에서 지난 10월과 11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이 2차례 일본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달 초 주헝가리 대사로 부임했다.
분게이슌주에 따르면 박 전 비서관은 10월 11일 일본을 방문해 다키자키 시게키(滝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비서관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 “일본 피고 기업의 압류자산이 현금화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손해를 보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설사 (보전이) 동시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판결 집행을 인정하라는 건 바뀐 게 없다”며 즉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비서관이 두번째 일본을 방문한 건 11월 19일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이 방일한 뒤다.
박 전 비서관은 이번엔 다키자키 외무성 국장 뿐 아니라 일본 정보기관 관계자들과도 면담했다. 주로 북·일 관계 상황이나 스가 정권이 대북외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일이 협력하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28일 다키자키 국장이 외교당국간 국장급 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박 전 비서관은 다키자키 국장을 비밀리에 만났다. 사실상 외교부를 제치고 청와대 비서관이 실질적인 파이프 역할을 했던 셈이다.
박 전 비서관은 외교부 유럽국장 등을 지낸 유럽통이다. 분게이슌주는 “박 전 비서관을 일본에 급파한 건 교섭을 앞두고 일본 측 진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회담에서 이미 “강제징용 문제 관련 현금화 흐름을 막지 못하는 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도 전했다.
또 지난달 10일 일본에서 스가 총리를 만난 박지원 국정원장이 “2021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일본·북한·미국의 4자 회담 개최와 최종적으론 문·스가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곧바로 청와대로부터 “박 원장의 제안은 없었던 일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도 했다.
도쿄=이영희·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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