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내년4월 코로나 종식선언 때, 우린 접종 시작도 못할판

백민정 2020. 12.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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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화이자 백신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하게 된 90세의 마거릿 키넌 할머니. AP=연합뉴스

영국이 8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 일본 등도 연내 접종할 거란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8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4곳의 백신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 접종하느냐”는 질문에 속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2~3월 들어온다. 외국의 백신 접종을 한 두달 지켜보며 부작용 등을 보고 접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외신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3상 시험을 마치고 실제 접종이 시작됐거나, 조만간 시작되는 건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다. 하지만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구매 물량만 확정했다. 이들 제약사가 자사 백신을 한국에 언제 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구매에 집중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뒷말이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 생산시설이 국내에 있고, 보관·유통 장점이 커 선구매에 공들여온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 속도를 내며 치고나와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 확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2009년 신종플루 때 이를 경험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도 복지부는 “서둘러 선구매 계약을 하면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가 선급금을 날리더라도 백신 구매에 적극 나서겠다고 입장을 바꾼게 11월 초쯤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 선구매 계약을 이미 끝냈을 때다.

화이자, 모더나로부터 백신 물량을 확보했지만, 일찌감치 계약서를 찍은 나라에 비해 한국은 백신 공급에서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영국은 내년 4월 코로나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 무렵 한국은 접종을 시작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접종 시기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아직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백신 접종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만 부각하고 있다. 마치 이솝우화의 ‘신포도’를 설명하는 모양새다.

“영국은 백신 부작용을 몰라서 구매했느냐” “내년에 일본 가서 접종하고 오겠다”는 댓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백신을 하루라도 먼저 맞는 게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는 길이다. K방역으로 세계 모범이 됐다지만, 코로나 종식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그냥 걱정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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