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셧다운'에 버스·지하철은 북적.. 대중교통 운행횟수 줄이자 밀접 접촉 우려

심민관 기자 2020. 12.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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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8)씨는 지난 8일 밤 9시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성모(36)씨는 "서울시가 밤 9시 이후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중 교통 운행을 줄인 것은 실책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조기 귀가를 유도하기 위해 밤 9시 이후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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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8)씨는 지난 8일 밤 9시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한산한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거리두기 격상으로 밤 9시 이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귀가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탑승했는데 혹시 이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라도 있는 거 아닐까 싶어 불안했다"고 했다.

서울 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민들의 귀갓길이 전쟁터로 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격상된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더해, 서울시가 밤 9시 이후 교통수단 운행을 평소보다 줄이면서 귀갓길의 혼잡도가 평소보다 배가된 탓이다.

1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시 지침에 따라 지난 8일 밤 9시 이후 서울 지하철(2~8호선) 내 열차 운행 횟수가 감축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밤 9시 이후 지하철 운행 횟수는 총 161회에서 113회로 30%가량 줄었다. 해당 시간대 배차간격도 5분 정도 길어졌다. 시내 버스도 밤 9시 이후 운행이 30% 줄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4일 거리두기 강도를 2단계로 올리면서 식당과 술집 영업 시간을 9시까지로 제한했다. 이후 이달 8일 거리두기 2.5단계 상향과 함께 쇼핑몰과 마트, 영화관, 카페 등도 밤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됐다. 이 여파로 ‘9시 셧다운’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밤 9시 이후 귀가 행렬이 한꺼번에 몰리자, 시민들의 귀가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직장인 오모(46)씨는 "평소 같으면 5분이면 탔을 지하철을 오늘은 20분을 기다렸다"며 "배차 간격이 기존보다 10분 이상 길어진 것 같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9시에 강남역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토익 스터디를 마치고 귀가하려고 버스 정류장에 왔는데 대기줄이 평소보다 너무 길었다"며 "사람들로 가득차 만원 버스를 이뤘다"고 했다.

도미노 효과로 택시 승차 대란도 함께 일어났다. 혼잡한 지하철 대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직장인 박모(31)씨는 "회사에서 당직을 서고 야간 근무자와 교대 후 퇴근을 했는데 택시가 안 잡혀 1시간 동안 길에서 기다렸다"며 "콜택시에 전화를 걸고, 택시 예약앱을 통해 요금을 두 배로 주겠다고도 해봤지만 가능 차량이 없다는 안내만 돌아왔다"고 했다.

한 콜택시 업체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격상되자 밤 9시 이후 콜예약이 지난주 대비 2배 정도 늘었다"며 "코로나 여파로 각종 모임이 줄면서 전체적으로는 콜예약이 줄었는데 9시 이후 시간대만 많이 늘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귀갓길 혼잡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귀가 행렬이 집중되는 밤 9시 이후에 발생하는 혼잡도를 고려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기존보다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성모(36)씨는 "서울시가 밤 9시 이후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중 교통 운행을 줄인 것은 실책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조기 귀가를 유도하기 위해 밤 9시 이후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5단계 격상 이전 대중교통 혼잡도를 고려했을 때 운행을 감소해도 혼잡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며 "보다 강화된 거리두기를 위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방역대책"이라고 했다.

김봉영 한양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하철이나 버스 내 사람들간 밀접 접촉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밤 9시 이후 배차를 더 늘려서라도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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