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못 간 '규제 약발'..전국으로 번진 집값 상승

송진식 기자 2020. 12.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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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폭 역대 최대

[경향신문]

저금리 기조, 풍부한 유동성, 전세난 등 매매 실수요로 이어져
정부, 울산·창원 등 규제지역 추가 지정 전망 속 효과는 ‘글쎄’

6월 이후 한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나섰던 정부의 시도가 ‘실패’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반짝 움츠렸던 수도권 집값은 상승세로 돌아선 지 오래이고,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사실상 전국의 모든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전세난부터 실수요·투기수요에 이르기까지 가격 상승 원인도 워낙 다양하고 많아 당분간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0일 발표한 ‘12월 1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2월7일 기준)’에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27% 상승하며 주간 상승폭으론 역대 최대수치를 나타냈다. 주간 가격 상승폭만 놓고 보면 ‘역대급’으로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지난 6~7월 당시의 최대수치(0.22%)보다도 높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책 효과는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정부가 ‘6·17’ ‘7·10’ ‘8·4’ 등의 대책을 쏟아낸 직후인 8월 중순~10월 중순 사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매주 0.8~0.1% 수준으로 진정되는 듯했지만 10월 하순부터는 매주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 역시 규제 직후인 8~9월 연속 6만건 이하로 떨어졌다가 10월 들어 6만6174건으로 반등했다. 아직 거래신고기한이 남은 11월의 경우 이미 8만9660건으로, 6~7월을 제외하면 연중 최다 거래량에 해당한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게 최근 추세의 특징이다.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문제가 우선 거론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풍부한 유동성에 반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 수도권과 지방이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난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를 찾지만 물건이 없자 불안심리 등이 작용해 매매수요로 돌아서게 되고 이는 결국 매매가 상승을 불러온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세난에 따른 영향이 더 큰 편”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중저가 단지 중심으로 매매실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세종과 대전은 국회 등 추가 이전 기대감에 따른 투기수요가, 울산은 신축 입주물량 부족 원인이 작용하는 등 지역별로 다양한 가격상승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문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되자 규제확대보다는 공급확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 내정자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일단 정부가 울산, 창원, 천안 등 가격 상승이 높은 지방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울산이나 창원 같은 곳은 진작에 규제지역으로 묶었어야 했다”며 “부동산 대책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면 선제대응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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