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문 테슬라 사고..배터리·전자개폐가 독 됐다

이혜영 기자 2020. 12. 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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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겨 문 못 열고, 진화에 1시간 넘게 걸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12월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벽면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차량.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아무개(60)씨가 사망했다. ⓒ 용산소방서 제공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급발진' 의혹과 함께 배터리·전자식 개폐 등 전기자동차의 주요 특징이 인명 구조에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테슬라 차량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9시43분께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그대로 주차장 벽면에 충돌했다. 

차량은 충돌 직후 불길에 휩싸였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아무개(60)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 최아무개(59)씨와 경비원 등 2명은 다치거나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씨는 경찰에 "(사고 당시) 차량 통제가 안되며 급가속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최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조사를 의뢰했다. 

12월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벽면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차량.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아무개(60)씨가 사망했다. ⓒ 용산소방서 제공

구급대 문 못 열어 구조 지연…화재 1시간 만에 진화

경찰과 소방대원,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테슬라 전기차의 구동방식이 화재 진화와 탑승자 구조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화재는 1시간여 만인 오후 10시48분이 돼서야 완전히 진화됐다. 꺼진 듯 했던 불길은 차량 내 배터리 등 전기 장치로 옮아붙으며 재점화를 반복하다 사고 발생 1시간5분이 지나서야 꺼졌다.  

전문가들은 일반 휘발유 차량에서 화재가 나면 30분 내로 대부분 진화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차량 하단에 촘촘히 깔리기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전자식 걔폐 장치도 구조를 지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차량은 올해 생산된 '모델X 롱레인지'로, 외부에서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고 일반 차량 손잡이 지점을 누르면 전자식으로 열린다. 내부에선 일반 자동차처럼 레버로 열 수 있지만, 외부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문을 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아파트 직원이 조수석에 쓰러져 있던 윤씨를 발견하고 조수석을 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사고 6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소방관들도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구급대는 사고 25분이 지난 뒤 후방 트렁크를 통해 윤씨를 구출했다. 윤씨는 구조 당시부터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차주 윤씨는 판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기수는 차이가 있지만 충암고, 서울대 법대 동기다. 윤 총장은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렸던 전날 윤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월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벽면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차량.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아무개(60)씨가 사망했다. ⓒ 용산소방서 제공

미국서도 '급발진' 의혹 조사받은 테슬라

테슬라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해왔다. 

2017년 미국에 거주하던 배우 겸 가수 손지창(50)씨가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며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소송을 제기한 일이 대표적이다. 손씨는 "차고로 진입하는 순간 웽 하는 굉음과 함께 차(테슬라 X)가 차고 벽을 뚫고 거실로 처박혔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 1월, NHTSA는 급발진 위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당시 NHTSA가 부분 공개한 조사·리콜 요구 청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접수된 테슬라 차량 급발진 민원은 127건으로, 이 중 110건이 충돌 사고로 이어졌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한 부상자도 50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테슬라는 현재까지 급발진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급발진 의혹은 테슬라 주식을 전문적으로 공매도하는 쇼트 셀러(Short-Seller) 세력들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급발진을 주장한 모든 사고를 조사했지만, 차량에 문제가 없었다"고 음모론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테슬라 차량 판매량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국내 판매를 개시한 2017년 이후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만4923대다. 전체 판매량의 77.7%인 1만1601대가 올 들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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