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폭주'에 문 안 열려, 테슬라 첨단기능 되레 화 불러

김영주 2020. 12. 1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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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모델X' 화재 사망사고 왜
팝업형 손잡이에 문 위로 열려
전력 끊기면 밖에서 열수 없어
25분 만에 구조, 골든타임 놓쳐
테슬라 차량 압수수색 영장 발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사진)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첨단 기능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테슬라 모델X
사고 현장을 둘러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되고, 배터리가 전소할 정도로 오랫동안 탄 것으로 보인다”며 “내연기관차라면 쉽게 진화가 됐을 텐데 전기차의 특성상 불길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스파크가 나며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용산 주차장 모델X 화재 사망사고는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게이트를 지나 직진 통로를 통과한 후 지하 1층 주차장에 들어서기 직전 좌우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차량 왼쪽이 벽에 충돌했다. 이후 화재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조수석에 있던 차주가 숨졌다. 당시 모델 X를 몰았던 대리운전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갑자기 차량이 통제되지 않았다”며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하주차장으로 서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벽에 부딪힌 후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진 점은 이례적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원인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김필수 교수는 “차량 왼쪽이 대각선으로 벽에 부딪히자 배터리팩이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조수석(오른쪽) 아래에서부터 불이 났을 것”이라며 “급발진보단 오토파일럿 등 첨단 기능 오작동 또는 운전자가 이런 기능에 대한 인지 미숙이 더해져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급발진 같은 기계적 결함이라기보단 테슬라 차량에 익숙하지 않은 대리운전 기사의 운전미숙 쪽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 차량은 내연기관차와 달리 차량을 컨트롤 하는 장치가 운전대 아래 계기반이 아닌 중앙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어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 차는 운전대 뒤 계기반을 보고 운전하지만, 테슬라는 중앙 디스플레이에 시선에 쏠린다”며 “본인 차가 아닌 대리기사의 경우 테슬라 차량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작 실수로 차가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테슬라 같은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가속 페달을 밟으면 툭 튀어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모델X의 ‘팰컨 윙(독수리 날개처럼 열리는 위로 열리는 문)’과 팝업형 문손잡이 등도 구조 당시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위로 열리는 문은 차량이 심하게 찌그러졌을 때 열기 어렵다”며 “전력 공급이 끊기면 밖에선 열 수 없는 문손잡이 방식도 (구조 상황에서) 골든 타이밍을 놓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차량 충돌 후 주차장 직원이 조수석에서 탄 차주를 발견하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후 출동한 소방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5분 만에 트렁크를 통해 조수석에 탄 차주를 구조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다. 차두원 소장은 “테슬라 차량의 경우 사고가 나면 밖에서 문을 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늘 지적이 됐다”고 말했다. 팝업형 문손잡이는 테슬라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고급 차종에 도입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불운이 겹쳐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라며 “운전자 편의를 위한 첨단 사양이 오히려 악재가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 기능을 탑재한 전동화 차량 보급은 늘고 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전기차의 특별한 기능에 대처하는 매뉴얼 등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번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 “현재는 (논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용산경찰서 교통과는 11일 테슬량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차량을 국과수에 이동 조치했고, 차량 결함과 블랙박스 원인 조사·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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