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생리휴가에 '인증사진'이 왜 필요한가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0. 12.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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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고객센터 용역업체 관리자가 생리휴가 신청 직원에게 생리대 사진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입니다. 건보노조는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용역업체 관리자 A씨는 지난 10월 생리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상담사에게 "생리대를 제출하는 직장도 있다"며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해집니다. 출근 전 생리휴가 사용을 보고하자 "사전 승인이 원칙"이라 승인할 수 없으니 결근계를 내도록 종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진정을 낸 직원들은 A씨 행동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생리 현상 입증을 요구하거나 휴가원 사전 작성을 강요한 관리자들을 징계하고 직원들의 결근처리를 취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생리 근거 제출 요구, 불법일까

여성들이 생리 중 겪는 신체적 어려움과 불편함은 사람마다, 또 때에 따라 다릅니다. 생리통이 무척 심해 걷기도 어려운 사람이 있는 반면 요통 때문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죠. 이를 위해 생리휴가 제도가 존재합니다.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대표는 여성근로자의 청구가 있을 때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 합니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근로기준법 제73조, 제11조제1항)

현재 생리 중이라면 근로자가 사용을 원하는 날에 무조건 줘야 하는 휴일로 당일에 요청해도 됩니다. 근로자의 연령이나 정규직 및 계약직 여부, 개근 여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A씨처럼 사전에 휴가계를 제출해야만 쉴 수 있게 해주거나 생리휴가 가능 요일을 지정하는 등 근로자가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다만 생리휴가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근로자 또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사업자에게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출근하지 않고 생리휴가를 사용했다고 한다면 이는 일종의 권리 남용입니다. 생리기간이 아님에도 허위로 생리휴가를 낸 근로자에 대해서 사측은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통상 임신부나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여성, 완경한 여성 등 생리현상이 없는 자만 법적으로 생리휴가를 쓸 수 없습니다. 만일 월경 기간인지 아닌지에 대해 근로자와 사측 간의 갈등이 생긴다면 생리 여부를 진단할 때에 드는 병원비 등의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생리휴가 부여 의무 면제를 주장하는 사측이 입증책임을 지는 셈입니다. (근여 68240-42, 2000. 2. 2)

생리대 사진 등의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판례는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유 없이 생리휴가 거절하면?

실제로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원들의 생리휴가 사용을 지속적으로 거절했다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수년간 생리휴가를 불허했다며 사측을 고발한 노조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생리휴가가 휴일과 이어지는 날이 많아 정말 생리 중인지 의심되는 일이 많았다"며 근로자가 생리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일축했습니다.

여성의 생리현상은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 나타날 수 있고 주기가 반드시 일정한 것이 아니기에 휴일과 생리휴가가 겹친다고 해서 생리가 없다는 근거로 연결되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아울러 아시아나 측은 근로자의 대다수가 여성임을 고려했을 때 모두의 생리휴가를 허용한다면 인력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또한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사측이 고발당하기 전 매년 약 4700건 정도의 생리휴가를 거절한 것으로 미뤄보아 인력을 더 충원하거나 노조와의 합의를 거치는 등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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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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