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눔의집, 일부 직원에 계약해지 통보
[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거주시설 경기 광주 ‘나눔의집’이 공익제보를 돕고 있는 직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해지를 통보한 주체는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송현섭 나눔의집 대표이사(월주 스님)는 지난 12월 1일 나눔의집 산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직원 2명에 대해 2020년 12월 31일부로 근로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직원들은 역사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추진하는 문화유산등재 작업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월주 스님은 지난 7월 21일부로 경기도에 의해 직무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또 경기도는 9월 19일에는 월주 스님을 비롯한 5명에 대해 해임을 통보했다. 이에 공익제보 직원들은 “사실상 권한이 없는 사람이 권한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해지통보는 무효”라고 지적했다. 관장 직무가 정지될 경우, 직제규정에 따라 역사관 결재권자는 학예실장이 된다.
역사관 직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나눔의집은 다시 공문을 보내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직은 직무정지가 된 바 있으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장’직은 해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눔의집 대표이사의 직무는 정지됐으나 그 산하기관장으로서의 직무는 정지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나눔의집 사무국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역사관은 별도의 박물관 등록증을 받아서 운영되는 나눔의집 산하시설”이라며 “(월주 스님이) 법인의 대표이사에서는 직무가 정지됐으나 역사관장의 직무가 정지된 적은 없기 때문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나눔의집 법인 정관에도 어긋난다. 나눔의집 법인정관 제3절 제24조 겸직금지에 따르면 법인이사는 시설장을 제외한 직원을 겸할 수 없다. 법인정관에 따르면 이때 시설은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요양 전문요양 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월 학예실장은 “대표이사는 요양시설장 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설령 역사관장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다고 해도 월주 스님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눔의집 관계자는 “직원을 겸하지 말라고 돼 있다. 관장은 직원이 아니라 장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익제보 직원들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류광옥 변호사는 “대표이사의 직무를 정지한 것은 나눔의집 전체의 업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역사관은 나눔의집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역사관 업무 역시 법인의 업무에 포함된다. 직무정지 결정을 위반하면 해임명령의 또 다른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제보 직원들은 이번 계약해지가 사실상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김 학예실장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2명은 공익제보를 하는 중간에 입사해서 공익제보자로 공식 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공익제보자들과 함께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나눔의집 사무국장은 “해당 직원들은 기간이 만료돼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그 직원들(공익제보자)이 계속 나눔의집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해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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