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몇개로 어림없다, 병원 통째 비워 중환자 전담해야"

백민정 입력 2020. 12. 12. 12: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1000명 육박 전문가 긴급 진단
코로나19 환자 전담 치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시 중랑구 신내로 156번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마당에 11일 환자 치료용 컨테어너 병실이 설치되고 있다. 신인섭 기자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치(950명)를 찍으면서 중증환자 병상과 의료인력 확보가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1일 대학병원장 회의에서 일부 대책을 내놨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기보다 중증환자 치료, 선제적 검사와 격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3단계 격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조치다. 지금은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무관하게 일상에서 감염이 발생한다. 단계를 올리기보다 30분 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검사로 전환해 최대한 확진자와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상 부족과 관련, 전 교수는 "'950명 발생'과 같은 상황이 익히 예상됐고, 시나리오별 즉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했는데 답답하다"며 "지방공사의료원을 동원해 코로나 전문병원으로 만들고, 대한중환자학회 지원을 받아 팀을 짜서 지방의료원 진료를 맡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권역별로 민간종합병원을 통째로 임대해 중환자를 커버해야 한다. 여기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보내자"고 말했다. 전 교수는 "확진자가 집에 대기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3단계로 올리기보다 '2.5+알파'로 가는 게 나을 듯 하다"며 "거리두기 단계별 의료인 수급 상황을 담지 않은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지금은 단계 조정보다 중환자실 확보가 중요하다. 서울대병원에 모듈병상 설치하는 것으로 어림도 없다. 서울의료원, 보훈병원, 산재병원 등을 통째로 비워서 중환자 전담병원으로 만들고, 의료진을 모집해 돌아가며 진료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을 몇 개씩 받아 진료하는 것보다 중환자를 모아서 커버하면 훨씬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다"며 "이미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을 역임한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도 공공병원을 중환자 전담병원(코호트병원)으로 만들고 상급 인력 파견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홍 교수는 “상종병원에 병실 읍소해서 몇십개 확보하는 것보다 코로나 환자 코호트(격리) 병원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며 “코호트 병원을 갖춘 뒤 대형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인력을 받아 돌아가며 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한달 전부터 일반 환자도 위중하지 않으면 전원시키고 있다. 병원이나 타 질환 환자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며 별도의 코호트 공간을 만드는 걸 제안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컨테이너 병상 만들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병원을 통째로 구하지 못하면 잠실체육관 같은 대형 공간에 중환자용 병상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 수준이 아닌 너른 체육관 공간에 음압시설 등을 갖춰 제대로 된 병상을 만들면 된다”며 “내과, 감염내과 의사들은 충분히 코로나 중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코로나 전용 병원(코호트 병원)을 지정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1일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신규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민간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의 중환자실은 이미 비(非) 코로나19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며 "이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 관리용으로 내어주면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건 탁상공론"이라며 "지금은 국가비상사태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수도권 국공립 의료기관부터 전용병원으로 지정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위중·중증 환자 규모가 커지는 등 지체할 시간이 없는 만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 대학병원 등이 병실 품앗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청한 감염내과 교수는 “공공, 민간 전 의료계가 합심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선 의료인력 동원이 핵심이고, 일선 민간 의료기관도 응급수술 외에 여유 인력을 코로나19 불 끄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 병원 등에 동원령을 내렸다. 우리도 국립대학병원협의체가 먼저 중심이 돼 확산세를 잡고 민간 상급종합병원 등도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도 30%가량은 상대적으로 비응급환자다. 민간 종합병원도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공공병원에 근무 중인 내과 의사는 국립대병원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숙련도 있는 병원이 전향적으로 도와줘야 하는데 아쉬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민간 병원을 강제로 동원하긴 어려운 만큼 교육부 산하 대학병원이라도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2~3월 1차 대유행 때도 경북대병원 중환자실이 코로나 환자만 받은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국립대학병원의 기존 중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시키면 병실 여유가 는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운용하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식·백민정 기자 sssh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