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살려야 하는데 병상이 없어요" 의료진 호소│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앵커]
이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정말 걱정되는 것이 우리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지입니다.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전문가들은 호소하고 있죠. 당장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도, 의료진도 부족해지고 있는데, 오픈마이크가 수도권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우선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의 하루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
환자들이 기계에 의존해 힘겹게 숨을 쉽니다.
야윈 몸에는 링거 줄부터 인공호흡기까지, 여러 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곳은 코로나19의 최전방.
[올라온다, 올라온다, 올라온다. 지금 타이달 몇이에요, 타이달? 157? 153?]
중환자 병동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환자들.
보호복을 입어 둔해진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인공호흡기를 달기 위해 기도에 관을 삽입하는 중입니다.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만큼, 안에서 시술을 하는 의료진도,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의료진도 애가 탑니다.
다행히 시술은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이제는 환자를 잘 지켜볼 수 있도록 병실 정중앙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원래 병상 5개가 있던 공간에, 환자를 더 돌본다고 10개까지 병상을 늘리면서 비좁아진 탓입니다.
[먼저 이쪽으로 가 있을까 봐요.]
[안 들려요.]
[환자 이쪽으로. 이쪽으로 해야 빼지.]
조심조심 환자를 다 옮긴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아버지가 치료받을 수 있는 상급병원은 '아직'이냐는 자식의 애달픈 전화입니다.
[곽현근/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 : 저번하고는 상황이 좀 다르거든요. 너무 환자분들이 많으셔가지고 지금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서… 아침에 심폐소생술을 하기로 하셨던 거잖아요. 숨은 지금 저희가 기계로 쉬고 계시는 거고. 심장 같은 게 멈췄을 때 저희가 심장 마사지나 전기 충격을 드려서 심장이 다시 뛰게…]
간밤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를 달아줘야 하는데, 이 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조치입니다.
의료진의 마음도 무너져 내립니다.
[곽현근/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 : 제 부모라고 생각하면 저도 보내드리고 치료를 해드리고 싶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렇지 못하다라는 상황이 같이 좀 울컥하는… 보내 드려야 하는데 좋은 데로다가 치료받으실 수 있게. 그래서 우리 이분 꼭 살려드려야 되는데…]
비교적 증상이 덜 심각한 환자들이 머무는 병동입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까지.
병상이 130개나 되는데 사실상 모두 꽉 찼습니다.
[황세주/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 : 이게 채워질 때마다 '와, 다음에 이 환자들은 어떻게 어디서 받지?']
병원 한쪽에 각종 물품을 쌓아놓고는 휴게실까지 탈탈 털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개조'했는데도, 역부족인 겁니다.
의료진은 '병상이 부족하다'는 건 환자를 뉘일 침대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눕힌 뒤 돌볼 여력이 되느냐의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곽현근/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 : 자리 이렇게 많은데 왜 자리 없다는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병원에서 있는 그런 자리를 말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료진들이 봐드릴 수 있는 환자분 (규모) 그걸 생각해주셔야 되세요.]
의료진은 지금도 밥 먹을 시간 없이, 이 과자로 점심을 때웁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뛰어넘기 힘든 '한계'를 맞닥뜨린 의료진.
시민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합니다.
[곽현근/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 : 입원할 병원이 없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거거든요. 내가 치료받을 곳이 없다라는 생각을 해주시고 조심을 다들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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