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불법촬영물 보기만 했다?.."징역 7년"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2020. 12. 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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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유료회원들, 성착취 범행의 '핵심'"
법원, 성착취물 수요자에 중형 선고
단순 '소지'해도 징역형..새 양형기준 1월 시행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20.11.26. 서울중앙지법 박사방 조주빈 등 1심 선고
"피고인 장○○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성착취물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입니다. … 그러나 조주빈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조주빈의 범행을 추종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이 반복·확대되도록 원인을 제공해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 징역 7년 선고

"피고인 임○○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성착취물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은 유리한 정황입니다. 그러나 임○○도 장○○과 마찬가지로 조주빈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고액방 등에 참여해 성착취물을 받고, 조주빈 지시에 따라 유포하면서 제작에 가담하고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다수 소지했습니다. 그런 범죄 행위는 그 자체의 위법성 뿐 아니라 이 사건 범행이 반복되는 원인을 제공해 죄질이 무겁고 엄벌에 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징역 8년 선고

(그래픽=고경민 기자)
지난달 26일 텔레그램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에게 법원이 징역 40년을 선고했습니다. 조주빈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그의 공범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는데요, 특히 장모씨와 임모씨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보려 합니다. "'야동' 좀 본게 죄냐"고 말하는 분들, 특히 더 집중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방의 동의 없는 불법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이 대상인 성착취물(동의여부 무관)을 보려 돈을 내는 행위는 그 제작에 가담한 것과 마찬가지인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이번 박사방 판결에서 법원은 성착취물 적극적 수요자를 조주빈이 주도한 범죄집단의 일원으로 처벌했습니다.

장씨와 임씨는 조주빈(박사)이나 강훈(부따)처럼 직접 피해자를 유인해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온·오프라인상에서 피해자들에게 협박·강요를 한 적은 없습니다. 조주빈이 박사방 운영으로 번 수익을 나눠가진 적도 없고요.

오히려 이들은 5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송금하고 박사방 유료방에 입장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수백~수천건을 다운로드 받거나 시청한 수요자(소비자)입니다. 좀 더 나아간 점은 유료방에 계속 남아있기 위해 조주빈이 지시하는 일정한 미션을 수행한 것이었죠. 다른 텔레그램방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담긴 광고물이나 광고 링크를 뿌리고 인증하거나 피해자가 했으면 하는 행위들을 조주빈에게 요청했습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앉아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여기서 약간 의아한 점이 생깁니다. 어떻게 장씨와 임씨에게 징역 7~8년이나 선고됐냐는 것이죠. 비슷한 범죄에 대해 앞서 우리 법원이 어떤 시각을 가졌었는지 기억하시는지요? 불과 1년여 전 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장씨와 임씨가 소지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각각 270개, 1237개지만 손정우의 하드디스크에선 17만개가 나왔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의 가장 큰 변화는 장씨나 임씨같은 수요자들이 곧 박사방의 시스템이 유지·번성하도록 만드는 공범이라는 점을 인정한 대목입니다.

2020.11.26. 서울중앙지법 박사방 조주빈 등 1심 판결문
"조주빈이 범행을 통해 그 목적인 돈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유인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해야 하며,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알려져 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가 실제 조주빈에게 가상화폐 등으로 대가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돈으로 환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장씨, 임씨 등)이 지급한 가상화폐가 직접 성착취 범행자금으로 투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주빈에게 가상화폐가 제공된 것은 일련의 성착취 범행이 이어지고 반복된 데 가장 직접적이고 주요한 동기가 됐습니다."

"조주빈에게 제공된 가상화폐가 성착취 범행에 직접 사용되지 않았다거나 조주빈이 이러한 범행을 혼자서도 할 수 있었을 것이어서 '범죄집단'에 이르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장씨와 임씨가 없었더라면 조주빈의 범행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디지털성범죄에서 불법촬영물 수요자는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범행 완성의 한 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죠.

장씨와 임씨가 조주빈과 금전적 수익을 공유하진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휴대폰에 내려 받은 성착취물들이 금전에 준하는 대가라고 봤습니다. 이들은 "'범죄집단'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거나 "영상물에 아동·청소년이 아닌 피해자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같은 법원의 엄중한 판단이 '범죄집단'으로 기소되지 않는 사건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지난 11일 서울동부지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253개가 담긴 압축파일을 구매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과거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 혐의만으로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 초범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기소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나아간 처벌입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253개의 불건전 영상물을 소지한 범죄가 아니라, 253명의 아동 피해자가 있으며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유인을 제공하는 범죄라고 판단했다면 법원의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장씨와 임씨처럼 A씨도 재판에서 이렇게 항변했다고 합니다. "일반 희귀 영상을 구매하는 중에 로리물(아동성착취물)을 제외하고는 팔지 않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구매한 것이다. 전부 시청한 것도 아니다"라고요.

"'야동' 좀 본게 죄냐"고 함부로 말해선 안되는 이유의 답이 됐을까요? 스스로 불법촬영과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산업의 자금줄이 되고 나서 "몰랐다"고 항변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올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기존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었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구입·소지·시청 범죄의 형량이 '1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개정됐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양형기준에서 소지 범죄의 기본 권고형량은 징역 10월~2년이며, 다수의 성착취물을 보유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구입·소지·시청한 경우엔 가중처벌 됩니다.

※올해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하위 조항이 신설돼 불법촬영물(성인 피해자 포함)을 구입·소지·저장·시청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마찬가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 양형기준에서의 기본 권고형량은 징역 6월~1년이며, 다수·상습 범죄시 가중처벌 됩니다.

※검찰은 지난 4월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기준'을 만들어 위의 성착취물 구입·소지·시청 범죄자에 대해 소지 건수나 초범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유예를 못하도록 규정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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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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