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벌벌 떨던 미 공군 B-1B 17대 내년 퇴역 계획

이철재 2020. 12. 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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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비 감당 못해 일부 '항공기 무덤'으로

‘창기병’이 내년에 은퇴한다. 미국 공군의 장거리폭격기인 B-1B 랜서(Lancerㆍ창기병) 얘기다.

미국 공군의 장거리폭격기인 B-1B 랜서. [미 공군]

13일 B-1B의 유지ㆍ보수 업체인 보잉에 따르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미 공군은 2021년 B-1B 중 가장 낡은 17대를 퇴역시킨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는 지난 4일 B-1B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인 AGM-158 재즘(JASSM)을 시험 발사했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제일 마지막 줄에 슬쩍 ‘은퇴 계획’을 흘렸다.

B-1B는 최근 20년 동안 혹사를 당했다. 무장 탑재능력이 미 공군의 폭격기 가운데 제일 뛰어나기 때문이다. 내부 무장창에 실을 수 있는 폭탄ㆍ미사일(34t)이 전략폭격기인 B-52 스트래토포트리스(27t)보다 더 많다. 여기에 주날개 밑의 하드 포인트 6곳에 23t의 무장을 더 할 수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B-1B가 외부에 단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인 AGM-158 재즘(JASSM)을 시험 발사했다. [미 공군 유튜브 계정 캡처]

무리하게 뛰다 보니 여기저기서 고장 신호가 났다. 미 공군은 지난해 8월 미 의회에 전체 66대의 B-1B 가운데 6대만이 완전 임무수행 가능(fully mission-capable) 상태라고 털어놨다.

특히 기체 구조의 이상 문제가 심각했다. 1대를 제대로 고치려면 1000만 달러(약 100억원)라는 계산서가 나왔다. 보유 B-1B에서 낡은 기체는 버리고, 나머지에 새로운 무장을 추가하자는 게 미 공군의 입장이다. 처음에 ‘조기 은퇴’에 반대만 하던 결국 미 의회도 이를 승인했다.

퇴역한 B-1B는 ‘항공기의 묘지(Boneyard)’라고 알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데이비스 몬탄 공군기지로 옮겨진다. 이곳의 항공기는 일부는 바로 비행할 수 있도록 유지되고, 일부는 부속품을 쓸 수 있도록 나뉜다.

현역으로 남겨진 기체는 재즘을 비롯한 미 공군의 최신 무기를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될 예정이다.

2017년 3월 21일 미국 공군의 장거리폭격기인 B-1B가 한국 공군의 전투기인 F-15K, KF-16의 호위를 받으며 날고 있다. [미 공군]


B-1B는 냉전 때 빠른 속도로 저공을 날아 소련의 방공망을 뚫고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2010년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인 뉴 스타트에 따라 핵공격 능력이 완전히 제거됐다. B-1B를 전략폭격기라 분류하면 안 되는 이유다.

한국에선 ‘죽음의 백조’로 알려졌지만, 이 별명에 대한 출처가 불분명하다. 미 공군의 정식 별칭은 랜서이며, 공군 내부에선 알파벳 B와 1(one)을 이어붙여 본(Boneㆍ뼈)이라고 불린다.

B-1B는 한반도 위기 상황 때마다 출동해 한국인에게 잘 알려졌다. 북한은 B-1B의 한반도 비행에 대해 비난 성명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만큼 북한이 B-1B를 두려워한다는 추정이다.

지난 2017년 9월 23~24일 B-1B 편대가 전투기ㆍ지원기와 함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쪽 깊숙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당시 북한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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