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홍보에만 열올리다.. 백신·병상·의료진 다 놓쳤다

허상우 기자 2020. 12.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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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명 넘었다 - 무너진 K방역]
K방역 핵심인 '검사·추적·격리치료' 모든 단계마다 한계 노출
겨울 대유행 경고에도 10월 방역완화, 깜깜이 환자 22%로 폭증
의료진은 녹다운 -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의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030명으로 집계돼 지난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방역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고갈되면서 방역의 한계 상황도 우려된다”고 했다. /김영근 기자

지난 12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030명으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27일 만에 가장 많았다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3일 밝혔다. 이날까지 누적 4만2766명이 확진되면서 국내 인구(5183만4302명·11월 말 기준) 1212명당 한 명꼴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10개월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긴급 주재하며 방역 전면에 나선 것은 ‘방역 모범국’이라 국내외에 홍보해온 K방역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방역 당국이 대량 검사(Testing)로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확진자의 감염 경로 및 접촉자를 역학조사(Tracing)해서 집이나 병원에 격리시키고 치료(Treating)한다는 K방역의 ‘3T’ 전략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의료 체계에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검사 물량 늘리겠다는 정부

하루 1000명 선의 확진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수면 아래에 그보다 9배 정도 많은 검사받지 않은 감염자, 즉 ‘조용한 감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동안 방역 당국은 “하루 최대 11만 건까지 PCR 검사가 가능하다”며 하루 15~30분 내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법을 도입하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묵살해 왔다. 하지만 하루 2~3만 건의 현행 검사 건수로 감염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직접 항원검사법 도입을 지시했고 방대본도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14일부터 3주간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150곳을 운영하며 신속항원검사법, 타액검사법도 총동원하기로 했다. 감염 의심 증상이 없어도 본인이 희망하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익명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검사 건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검사 물량 확대에 맞춰 병상과 인력도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선별진료소에 투입할 의료 인력까지 환자 치료 병상에 투입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며 “당장 확진된 환자를 치료할 인력도, 병상도 부족한데 임시 선별검사소에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확진자 숫자를 늘리면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감염 경로 ‘깜깜이’도 최대 수준

추적 조사도 한계에 왔다. 이날까지 2주간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로 감염 경로를 밝혀내지 못한 ‘깜깜이’ 확진자 비율은 22.3%였다. 지난 8~9월 2차 유행 당시 최대치(28.1%)보다는 낮지만, 3차 유행 들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이 터지면서 피로가 누적된 역학조사관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군인·경찰·공무원까지 역학조사에 투입하라”고 지시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확진자가 1000명씩 쏟아지는데 이들의 감염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고 접촉자를 격리하는 전략은 과도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격리 치료도 어려워졌다. 확진 판정을 받고 바로 치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들도 서울·경기 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확진자 580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며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음압 병상에서 고유량 산소요법이나 인공호흡기 등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중·중증 환자는 13일 0시 기준 179명을 기록했다. 12일(179명)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최대치다. 사망자는 이달 들어서만 54명이 나왔는데, 지난달 1~12일(22명)의 2.5배에 달한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중환자가 늘고, 시간 차를 두고 사망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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