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공공임대" 혐오 만드는 사회[우보세]

권화순 기자 2020. 12. 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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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평생 공공임대나 살라고? 니가 가라 공공임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행복주택을 찾은 이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 쏘아붙였다. "4인 가구도 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13평(전용 44㎡)에 4인 가족이 평생 살 수 있냐"며 내집마련의 소박한 꿈마저 무시했다는 분노의 글도 쇄도했다.

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질문을 던진 것이지, 4인 가구에게 충분한 면적이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는 진땀을 빼며 해명했다. 공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갔다. "대통령이 애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퇴임 후) 부부만 살 테니 사저 크기는 6평으로 충분하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새 아파트 공급 대책이나 쓸만한 전세대책은 안 내놓고 엉뚱하게 공공임대주택 성과만 자화자찬한다는 비판, 시장을 무시한 문재인 정부의 '좌편향'이 더 문제라는 게시글도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라면 공공임대에 대한 '반감'을 넘어 '혐오' 현상으로 진단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그런 건지 일부의 의도적인 왜곡인지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몇 가지 오류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이 방문한 동탄신도시 임대주택의 평수는 언론을 통해 부각된 13평이 아니라 21평이 맞다. 아파트 면적을 이야기 할 때 전용면적은 ㎡로 쓰지만 주택평수는 '공급면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굳이 평수를 전용면적으로 표기하자면 13평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게 쓰지 않는다. 해당 행복주택의 평수는 알려진 것보다 넓은 게 팩트다.

둘째는 '공공임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독점해 온 정책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 정책은 핵심 과제였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에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임대 정책이다. 전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전체 공공임대의 약 60%를 행복주택으로 채웠다.

이명박 정부때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으로 강남권역에 분양주택과 공공임대를 섞어 공급한 사례도 알려진 사실이다.

"공공임대 니가 가라"는 말은 단순히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해당 주택 거주민을 차별하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호텔을 개조해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도 비슷했다. '호텔거지 양산'이란 말이 나왔다. 1인 청년가구에겐 접근성 좋고, 저렴한 주거 공간으로 만족도가 높은데도 '거지'라고 표현해 청년에게 모욕감을 안겼다.

공공임대는 공급대책이라기보단 복지정책에 더 가깝다. '새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공급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주택 서민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거 안전망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공공임대가 해 온 것이다.

대통령의 행복주택 방문행사에서 정작 끄집어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행복주택은 7평~21평까지 있는데 이 주택은 가장 넓은 21평으로 지었다. 공공임대 100호 기념으로 예산을 평균 대비 15% 더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변 후보자가 연거푸 "예산 확대"를 요청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공공임대 공급물량은 올해 170만가구를 넘겼다. 선진국 수준의 재고율 8%를 달성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지만 질적 개선은 변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똑같이 공공이 지었는데도 임대가 분양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정부는 중산층도 살고 싶은 30평대(전용 85㎡) 공공임대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공공임대 니가 가라"고 혐오할 게 아니라 질적 개선부터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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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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