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루 종일 14만원 벌었네요"..코로나에 날아간 '수능대목'

송승섭 2020. 12. 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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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 "입장객 최대 90% 급감"
상가 일평균 수익 800만원→14만원
지난 12일 오후 경기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의 모습. 오가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이준형 기자] 지난 12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 실내 매표소 앞. 30개 창구 중 직원이 있는 곳은 두 곳뿐이었다. 지난해까지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주말이 오면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지만 이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20분간 입장한 사람은 9명뿐. 실내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같은 날 오후 3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무료 주차장. 놀이공원으로 이동하기 위한 셔틀버스에 탑승한 사람은 본지 기자를 포함해 10명이 전부였다. 놀이공원의 한적한 모습에 한 이용객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수험생 할인과 겨울방학 이벤트로 12월마다 최대 성수기를 맞아왔던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이용객이 급감했고 각종 놀이시설과 편의시설도 문을 닫았다.

에버랜드 정문 매표소에 설치된 각 놀이기구 별 대기시간은 0~10분 사이였다. 사실상 모든 시설에 대기 줄이 없어졌단 뜻이다. 롯데월드의 인기 어트랙션인 '풍선비행'은 보통 60~80분을 기다려야 탈 수 있었지만, 이날 대기 중인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감염 우려가 큰 실내 놀이시설은 아예 가동을 중지했다.

롯데월드 인기 놀이기구 중 하나인 ‘풍선비행’ 대기줄이 텅 비어있다. 평소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인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성수기 매출 대비 80~90% 급감

유원지를 찾은 이용객들도 달라진 풍경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에버랜드를 찾은 김모씨(25)는 "놀이기구를 타러 온 건 아니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러 왔다"며 "오는데 차가 하나도 안 막혔고 도착해서 보니 텅텅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에서 만난 길모(15)씨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없고 적막해서 놀랐다"고 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건네받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롯데월드는 75.2%, 에버랜드는 60.8%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면서 "수능이 끝났던 작년 당시와 비교하면 80~90% 정도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황량함을 느끼는 건 내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에버랜드에서 5년간 청소원으로 일했다는 정영일(66)씨는 "12월은 성수기이고 2~3만명이 몰려올 시기인데 손님이 말도 못 하게 줄었다"면서 "원래는 공원을 3번씩 돌면서 치우는데 지금은 하루에 1번밖에 안 한다"고 털어놨다. 롯데월드의 한 놀이기구 운영자도 "사람이 좀 심하게 줄었다"며 "손님이 이제 6번째"라고 밝혔다.

에버랜드의 한 식당가. 이용량 감소로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한계 다다른 유원지 입점 상가

입장객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내부 상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는 롯데월드 1층 주위 음식점은 대다수가 영업 잠정 중단 상태다. 간식 가게들은 롯데월드가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보행 중 취식을 금지하면서 모두 문을 닫았다. 에버랜드의 경우 비교적 운영 중인 식당이 많았지만 저녁 시간에도 손님을 받지 못한 곳이 다반사였다.

유원지에 입점한 상가들은 한계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상인은 "수능이 끝난 1~2주는 최대 대목이고 통상 하루 700만~8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왔다"며 "코로나19 발발 전 가장 낮은 매출 기록이 300만원 수준인데 어제는 14만원 벌었다"고 토로했다. 에버랜드에서 8년간 타로점을 운영해온 상인도 "보통 70~100명이 찾던 가게인데 오늘은 6명 정도 왔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극심한 타격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면 자칫 코로나19 전파의 온상지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이용객이 급감하고 있다지만 어떻게 행사 기획을 할 수 있겠냐"며 "기존 행사들도 다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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