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500만 원 30대 얼마나 되나"..文정부 '행복주택' 소득기준 논란 지속

윤정원 2020. 12. 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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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文정부 '행복주택' 예찬론 무색하게 진입 장벽 높아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주택가격 고공행진 속에 매매는 '언감생심', 전세라도 구하고 싶지만 전세난은 수도권 전역을 뒤덮었다.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은 이미 대세가 됐다. 이로 인해 '행복주택'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행복주택 청년 계층의 소득기준이 터무니없이 낮아 신청서를 제출하지조차 못 한다는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23만4000호를 공급했고, 2022년까지 추가로 31만6000호를 확보하는 등 총 6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240만 호 공급을 계획 중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공공임대주택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복주택 단지를 직접 방문,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 점검에도 나선 바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한부모가족 등 젊은 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행복주택 청년 계층에 해당하는 이는 무주택자이면서 미혼이되,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인 사람 혹은 사회초년생이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총 5년 이내여야 한다.

청년 계층은 가구 수를 떠나 해당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가액이 2억3700만 원 이하여야 하며, 총자산 중 자동차가액이 2468만 원 아래여야 한다. 아울러 세대원이 있는 청년 세대주의 경우 해당 세대의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청년 계층 본인의 월평균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80% 이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구체적으로 소득은 △2인 기준 해당세대 437만9809원·본인 350만3847원 △3인 기준 해당세대 562만6897원·본인 450만1518원 △4인 기준 해당세대 622만6342원·본인 498만1074원 이하여야 행복주택 신청이 가능하다. 세대원이 없는 1인 가구는 청년 본인의 소득이 '211만6118원' 밑이어야 한다. 연봉이 2539만3416원을 넘어서면 행복주택 신청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동탄 행복주택 단지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국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지난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2019년 기준)'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시간당 임금과 월 근로시간은 29세 이하 1만4917원·145.3시간, 30~39세 2만1451원·158.9시간이다. 월급으로 추산하면 29세 이하 216만7440원, 30~39세 340만8564원이다. 연봉으로는 29세 이하 2600만9281원, 30~39세 4090만2767원으로 계산된다. 굳이 20~39세로 평균을 내지 않더라도 올해 행복주택의 소득기준을 훨씬 웃돈다.

행복주택의 짜디 짠 소득기준을 더욱 더 피부로 느끼기 위해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올해 최저시급은 8590원이고 하루 8시간, 주 5일 기준 월 근로시간은 주휴시간 35시간을 포함해 209시간이다. 앞서 통계에 나온 근로시간보다 63.7~50.1시간이나 더 일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산출하면 최저시급 기준 월급은 179만5310원, 연봉은 2154만3720원이 된다. 행복주택 신청자격 기준과 최저임금 간 격차는 불과 월급 32만808원, 연봉 384만9696원에 그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 중인 박 모 씨(34)는 "빌라도 전세가 너무 비싸 계속 월세로 지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부담이 커서 요새 매일 뉴스에 나오는 행복주택을 알아봤다. 보증금을 6000만 원대로 올리면 임대료가 10만 원 안쪽이라 욕심을 냈는데, 박한 내 월급 수준도 소득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 나이에 2500만 원도 못 벌면 솔직히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임대주택이 청년 주택 공급안이라는 데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모 씨가 최근 알아봤다는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335번지 일원 수서역세권 A1블록 전용면적 14.69㎡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628만 원·월 임대료 23만7830원~보증금 6328만 원, 월 임대료 6만3670원이다. 보증금을 높이면 임대료가 줄어드는 구조다. 박 모 씨는 합리적인 임대료 때문에 좁은 전용면적을 감수하고 행복주택에 신청서를 내밀려했지만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 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거불안을 겪으면서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버는 사람들은 정작 입주를 할 수 없고, 오히려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부 직종 종사자나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무직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높다고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무리하게 설정된 조건으로 정작 주거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청조차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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