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벤츠 모녀' 사건에 공분한 누리꾼들 후원 동참 봇물

무료급식소 운영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에 사연 공개
일부 누리꾼들 "화나지만 차라리 후원해야겠다" 응원

10월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안나의 집에서 김하종 신부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급 수입차를 탄 모녀가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찾아 도시락을 받으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오히려 "후원을 하겠다"는 등 무료 급식소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이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입을 열었다.

김 신부는 "흰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왔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렸다. 두 분은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며 "저는 그분들을 막아서고 따님도 계시고 좋은 차도 있으시기 때문에 여기 오시면 안 된다. 도시락이 모자란다고 말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아주머니는 '여기는 공짜 밥 주는 곳인데 왜 막느냐'며 오히려 저에게 짜증을 냈다"며 "저는 아주 화가 났다.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이고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한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가야겠다고 했다"며 지적했다.

그는 "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것이고 이분들의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기에 우리가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 신부는 "30년 전에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은 '우리'라는 문화였다. 안나의 집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식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 가져가는 도시락 하나가 그분들에게는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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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코로나19 확진자 안 나오게 해달라 기도한다"

김하종 신부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마음이 가난한 분들이 다녀갔네"(go****), "부끄러움이 없구나"(bi****), "저 신부님을 아는데 신부님께서 화가 나셨을 정도라니 저 모녀의 인성은 매우 안 좋은 듯하다"(s2****)는 등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안나의 집에 응원을 위해 후원을 시작하겠다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벤츠 모녀 무료 도시락 사건 보고 열받는데, 그래서 안나의 집 정기후원 신청했다. 다시 마음이 평안해졌다"(스****), "나도 글 보고 신부님 페이스북 들어갔다가 정기후원 신청했다"(굿****), "모두 혹독한 이 겨울을 나눔으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나의 집에 기부했다"(야****)는 등 반응이 나왔다.

"이미 안나의 집 후원 중인데 물품기부도 가능하면 여기로 하려고 한다. 급식봉사도 나중에 해볼 생각이다. 오늘 그 일이 있었을 때 정말 화가 났다. '요즘 같은 시국에 제발 거기서 (코로나19) 확진자만은 나오지 말아달라'고, '그래야 봉사를 지속하실 수 있다'고 기도하고 있기도 하다"(Vo****)는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이은기 인턴기자 mate5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