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대기시켜 놨다"..'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英 긴장

정은혜 2020. 12. 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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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도 연례 성탄절 메시지 녹화 연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신화통신=연합뉴스]

연말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영국이 긴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한 '노 딜' 상태로 탈퇴할 경우 한꺼번에 관세가 적용돼 생필품값이 급등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영국 정부는 사실상 '노 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에 들어갔다. 1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국민에게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앞서서는 영국 해역에 출동시킬 군함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노 딜'시 EU 국가 어선의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 여왕도 매년 해온 성탄절 메시지 녹화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왕은 매년 12월 초·중순 성탄절용 메시지를 녹화해 놓는데, 올해는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이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협상 진행 중…아직 견해차 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지난 9일 브뤼셀에서 만났다. [EPA=연합뉴스]

협상을 진행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한 뒤 "우리는 오늘까지 일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두 정상은 지난 9일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만나 1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협상 시한을 연장하고 며칠 내 최종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6년 국민 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지난 1월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다만 오는 12월 31일까지는 '전환 기간'으로 EU 탈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무역과 교류를 한다. 이 기간에 양측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 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유럽 언론에 따르면 양측은 특히 어업 협정에서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 "노 딜시 우리 바다서 EU 선박 조업 못 해"

영국 남동부 켄트에 있는 포크스톤 항구. [EPA=연합뉴스]

사면이 바다인 영국은 그동안 'EU 공동 어업 정책'에 따라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도 배분받은 쿼터에 따라 어업을 해야 했다. 다른 EU 국가 어선들도 영국 EEZ 안에서 조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자국 EEZ 안의 어획 쿼터를 대폭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경제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지만 국경 통제와 규제에서 주권을 회복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의도에서다. 영국은 EU가 자국의 협상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타국 어선이 EEZ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EU는 영국이 EEZ를 통제하면 영국 수산물의 유럽 본토 수출을 막겠다고 맞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사실상 '노 딜'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영국 해군은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다음달 1일부터 군함을 투입해 프랑스 등 외국 어선이 영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12일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영국 초계함 4척이 이런 상황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양측은 어업권 외에도 ▶상품 경쟁 조건 ▶법률 분쟁 해결 방법 등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낮추고 상품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기술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지만 EU는 영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법률 분쟁 시 최종 판단을 내릴 주체도 결정하지 못했다. EU는 EU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영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 "생필품 비축 말라"

영국 레스터시의 한 대형 마트 앞에서 한 남성이 생필품을 카트에 가득 담아 운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자국 대형 마켓에 '식품 재고 확보'를 지시했다. 각 가계에는 연말까지 식품 등 생필품을 비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영국소매산업협회(British Retail Consortium) 헬린 디킨슨 최고책임자는 "소매상들은 1월 1일 모든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식품, 화장지 등 생필품 재고를 늘려 내년도 공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해야 한다며 "(EU와) 거래 장벽이 생기면 영국 국민은 30억 파운드(4조3788억원) 이상의 식품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BC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 11일에도 "노 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한 데 이어 13일에도 '노 딜'에 대한 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존슨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 투표 이후) 4년 반이나 준비해왔다"면서 "'노 딜'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나 호주 모델 양자관계를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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