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서울공화국인가"..'3단계 전국 동시적용'에 지방 부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할 경우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힌 데 대해 지방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세가 반전하지 않을 경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이다. 3단계는 사회활동의 '전면제한'을 뜻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검토 중인 3단계 격상 시 적용 범위는 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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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상황 맞게 적용해야"
지방에서는 정부의 3단계 전국 적용 검토를 두고 '서울 공화국'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19 3차 유행이 확산하게 된 데에는 '수도권'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확진자는 76%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거주민의 이동으로 지방으로 전파한 사례가 많다. "수도권만 봉쇄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수도권 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할 때마다 방역 조치 제한이 적은 지방으로 원정을 가는 '방역 미꾸라지'가 생겨나는 등 풍선효과가 현실화했다. 오후 9시 이후 주점 영업을 제한하거나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자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지역으로 향하는 경우가 늘었다.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제주도도 여행객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최근 단체 여행객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자 '단체여행'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시 타격이 큰 지방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지역별 상황에 맞춘 방역단계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광역시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광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인데 전통시장 매출이 뚝 떨어져 코로나 19 사태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루 수백명씩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는 수도권과 많아야 10~20명 확진자가 나오는 광주에 같은 단계를 적용하기엔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부산은 수도권처럼 코로나 19 확진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 하루 3번씩 헬스장을 소독하고, 운동기구 간 거리두기를 하며 방역에 힘쓰고 있다"며 "정부의 지침대로 불가피하게 헬스장 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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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포비아' 떠올리기도
지난 2월 대구·경북 지역 1차 코로나 19 유행 당시를 떠올리며 분개하는 시민도 있다. 당시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타 지역에서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등 이른바 '대구 포비아(Phobia·공포증)'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기 지역 한 호텔을 찾았다가 퇴짜를 맞은 김모(34)씨는 "대구에서 코로나 확산이 크게 일어날 때는 대구 시민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반대로 수도권 시민이 지방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최봄보리(69)씨도 "서울에 비가 오면, 서울에선 전국이 다 비가 온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 관련 지침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상황인 것 같다. 현재 대구는 서울이나 수도권만큼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똑같은 지침을 적용하면 대구 시민과 소상공인들은 이유 없이 피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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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짧게라도 함께 가야"
반면 지역별로 거리두기 단계에 차등을 주면 풍선효과가 날 수밖에 없어 전국적으로 동일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역별로 단계를 적용하면 풍선효과로 확산 세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병상 유지가 어려운 만큼 짧게라도 전국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서 "현재 2.5단계에서도 방역 지침에 허점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 손을 봐서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마비를 막기 위해 지방에도 선별진료소를 늘려 PCR 검사(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 검사법)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 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그 효과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혜림·김윤호·김정석·이은지·진창일·박진호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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