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감염' 가파른 증가에 시민 공포감↑..가족 식사도 자제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이유진 기자 2020. 12. 15. 06: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족·집은 '코로나 중개기지'..전문가 "원천 차단 불가"
나 하나로 끝나지 않아..가족간 물리적 거리두기 필요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털모자를 쓰고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시행한다. 2020.12.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이유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기록이 1000명을 넘어서면서 '가족 간 감염'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정 시설이나 집단이 아닌 가족 간 감염이 잇따르면서 일상 속 시민들의 불안감이 덩달아 커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원천차단은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부터 12월10일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집단감염이 46.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그중에서는 '가족·지인모임을 통한 감염(21.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에서도 14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가족 간 감염 사례가 67건에 달했다.

이미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나온 집안에서는 전례없는 상황에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면회는 꿈도 못 꿀뿐더러 만에 하나 사망할 경우 장례도 못 치르고 화장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민들도 집안 내 자가격리자가 생기거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제대로 된 대처 방안 등을 숙지하지 못해 불안해한다.

최근 부·울·경 한 맘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 "부산시 SNS를 보니 일일 확진자 중 절반이 가족 모임 후 감염이나 외부에서 감염된 뒤 일가족이 모두 감염된 사례였다"며 "나 하나만의 감염으로 끝나지 않은 코로나라서 더 무섭고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 다큐를 봤는데 가족이 감염되고 얼굴 한 번 못 보고 사망까지 한 케이스였다"며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기침이 심해서 대화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적었다.

부산진구 주부 이모씨(50대 초반)는 "가족이 5명이나 되고 각자 직장이나 학교 등 다니는 곳이 다양해서 아예 바깥 출입을 삼갈 수도 없다"며 "5명이 함께 식사하는 상황은 되도록 자제하고 웬만하면 각자 또는 2명이서 밥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재난문자가 오는데 지역 관계없이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다 보니 무섭기도 하고 가족 중 한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서로의 생활에 주는 지장이 크니까 일단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7명이 추가 발생한 울산 남구 양지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양지요양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모두 206명으로 늘어났다. 2020.12.1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전문가들은 가족 간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거나 가족들 간에도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은 어차피 식사도 함께하고, 대화를 하기 때문에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확진자를 먼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를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신속항원검사를 약국 등에서 구매한 뒤 임시 시약처럼 1주일에 1~2번 계속 가족끼리 검사하면 그중에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고 그때 가족 간 감염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무증상자 중에 바이러스 활동성이 많은 경우에는 95%까지 진단 확률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정부가 풀어주지 않아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 해외에는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족과 집은 '중개기지'와 비슷하다. 엄마가 어디서 걸려오면 아빠가 걸리고 그 아빠는 다른 데 퍼뜨리는 상황"이라며 "집안에서는 가족 간 보내는 시간이 많아 밀접 접촉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집안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전파 확률이 10~20%나 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칭을 '사람간 물리적 거리두기'로 바꿔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하니까 일반 국민이 '밖에서만 거리두기만 하면 되는 구나, 집에선 안심해도 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끼리도 서로 감시하고 가급적 식사시간도 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자는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 대면을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소독하고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한다"며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무증상, 경증 환자는 '자택요양'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는 더 엄격히 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가족·지인모임을 가급적 취소를 당부하고 불가피하게 참석하는 경우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임 시간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기를 자주하고 증상이 발생한 경우엔 집 안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며 "특히 동거가족 중 60세 이상 고위험군이 있는 경우 외부인 방문 자제 등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sj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