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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헛발질①] "KF94 써라, 면 마스크면 된다" 오락가락 초기 정책

이은정 입력 2020. 12.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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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80 써라→KF94 써라→면마스크도 충분"
보건당국 메시지 혼선.. 계속된 말 바꾸기에 국민 혼란 가중
설익은 당국 지침과 발표가 '마스크 대란' 불러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서서울농협하나로마트 사직점에서 한 노인이 구입한 마스크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3차 유행이 확대일로인 상황에서 'K방역'이란 자부심을 가졌던 국내 방역 시스템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방역 자화자찬에 취해있는 방역당국이 했던 올해의 헛발질 세 가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발생한지 331일이 지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마스크 대란은 사라졌지만,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으며 문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에 대해 정부의 일관적이지 않은 메시지가 이러한 혼란을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에서 엇갈린 입장이 나오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1월 29일> 이의경 식약처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1월 29일 마스크 생산 현장을 방문한 이의경 식약처장은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해야만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처장은 약 한 달 만에 스스로 이 말을 뒤집었다.


<표>시기별 정부의 마스크 대책 관련 발언.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말바꾸기가 잦아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데일리안

<3월 3일> 식약처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와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면 마스크를 사용해도 된다는 발언을 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했다면 동일인에 한해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사용한 마스크는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말리라고도 했다. 알코올 소독을 하지 말고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 말리지 말라며 살뜰한 조언도 덧붙였다.


이는 중대본에서 면 마스크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힌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2월 4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쓰는 것이다. 면 마스크는 아무래도 젖을 수가 있고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보호하는데 제약이 있다."


당시 정 본부장은 "면 마스크보다는 수술용 마스크나 보건용 마스크가 안전하다"고 했었다. 한 달 사이에 보건당국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누구 말이 맞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서울농협하나로마트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 마스크 충분하다더니… 구매 위한 긴 줄 이어져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마스크 공급과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도 마스크 대란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2월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마스크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정부는 올해 2월만 해도 "마스크가 충분하므로 사재기를 하지 말라,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도 "마스크 물량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KF94 마스크 가격이 시중에서 장당 4000~5000원에 판매될 정도로 가격이 뛴 데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적마스크 제도가 시행되는 첫날부터 약국과 우체국 앞은 시민들의 긴 줄이 이어졌고, 허탕을 치는 사람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스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스크'라고 불릴 지경이 되자 정부는 국내 생산 마스크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관리하고 1인당 구매량을 주 2장으로 제한했다. 또 수출 비중을 국내 생산량의 10%로 제한하고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한 의무 공급 비율을 50%로 설정했다.


하지만 공적마스크 제도가 시행되는 첫날부터 약국과 우체국 앞은 시민들의 긴 줄이 이어졌고, 허탕을 치는 사람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줄을 서 있던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거나 시비가 붙는 사례도 있었다.


마스크가 부족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가 마스크 물량이 충분하다고 한 것과 달리 이미 엄청난 양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팔려나갔고,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 마스크를 만들 원자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적마스크 제도 논의 당시 정부는 마스크 판매가를 훨씬 낮추고 유통 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처음부터 우체국을 유통에 이용하거나 마스크 배부처로 약국이 아닌 주민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했더라면 마스크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마스크를 써라 마라 말을 바꾸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마스크 대란까지 벌어지게 한 점은 치명적인 실책"이라며 "이제는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됐고 마스크 공적마스크 제도는 사라졌지만, 좀 더 일관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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