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대기업 집단 지정 확실..일감몰아주기 어쩌나

최지윤 2020. 12. 15.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계열사 15개 합치면 내년 5조 훌쩍 넘겨..일감몰아주기 감시·규제 대상
태경농산, 작년 특수관계자간 거래 매출 1974억..거래비중 56.65% 최다
농심엔지니어링 921억(62.5%)·율촌화학 1867억(59.7%)
"농심, 전원사회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 설치해 리스크 막아야"
농심 신동원 부회장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올해 농심은 국내 기업중 가장 주목받는 식품 기업중 하나다. 연초부터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하면서 전세계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농심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심은 라면시장 점유율 55.3%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 내년부터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감시·규제 대상에 놓인다.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수십년간 묵은 과제다. 농심 신동원 부회장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농심그룹이 이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할지, 아니면 '계열분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다.

◇여전히 높은 내부거래 비중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상장사 3개, 비상장사 15개, 해외법인 15개 총 3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농심그룹 상장사 3개 자산 총액은 4조7274억원이다. 농심 2조8225억원, 농심홀딩스 1조2761억원, 율촌화학 6288억원이다. 메가마트,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엔디에스, 농심미분 등 비상장 계열사 15개까지 합치면 5조원을 훌쩍 넘는다. 농심은 해외법인도 보유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기준은 국내에만 한정한다.

태경농산은 지난해 매출 3485억원 중 특수관계자간 거래로 매출 1974억원을 올렸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56.65%다. 전년(57.0%) 대비 0.35%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내부거래액 중 농심으로부터 올린 매출은 1935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55.5%다. 농심과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2016년 68.8%, 2017년 61.2%, 2018년 57.0%로 매년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농심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매출 1485억원 중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은 921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려 62.05%로 전년(33.4%) 대비 28.65% 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체 내부거래액 중 농심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886억원이다. 전체 매출 중 59.7%가 농심에서 나온 셈이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매출 4838억원 중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올린 매출이 1867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38.67%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농심 매출이 164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농심과 거래금액이 150억원 이상인 국내 계열사는 총 5개사"라며 "태경농상과 농심엔지니어링은 농심홀딩스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 엔디에스 메가마트는 지배주주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5개사 중 메가마트에는 주로 매출이, 나머지 회사로부터는 매입이 이뤄진다. 메가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사는 전체 매출 중 농심 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5개사는 지배주주가 직간접적으로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개별 회사 입장에서 농심과 거래 규모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지배주주일가가 임원직도 수행하고 있다"며 "농심그룹이 자산 5조원을 초과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면 오너의 지배력이 높아져 기업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계열분리로 돌파구 마련할까

농심그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규제에만 포함돼도 내부거래에 제한이 생기므로 계열분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 경영현황이나 계열사간 거래내역 등이 공개되면 정부, 시민단체 등의 감시를 받아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심홀딩스는 창업주 신춘호 회장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지분 42.92%로 최대 주주다.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13.18%를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총 66.60%에 달한다. 사실상 메가마트는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신동익 부회장 지분 56.14% 외 다른 형제들의 지분은 없다.

농심그룹 계열분리의 핵심은 율촌화학이다. '스왑딜'(교환거래)로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 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지분율을 끌어올려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윤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처분하는 대가로 율촌화학 지분 31.94%를 추가 매입하면 된다. 신춘호 회장의 율촌화학 지분 13.5%를 증여 받으면 계열 분리는 끝난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농심그룹은 지배주주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상당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일감몰아 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농심그룹은 내부거래 관련 별도 위원회가 설치 돼 있지 않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