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확진자, 한국의 3%..베트남의 코로나 방역 성공 비결

권유진 2020. 12.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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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코로나19 예방 홍보 현수막을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누적 확진자 1402명, 사망자 35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이후 1년 동안 베트남에서 나온 확진자의 숫자다. 상대적으로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국내의 누적 확진자 4만 4364명(15일 0시 기준)의 3%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하루 확진자가 1030명까지 치솟은 지난 12일, 베트남의 확진자는 2명에 그쳤다. 방역 성공에 힘입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인구 9600만 명의 베트남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베트남, 확진자의 접촉자의 접촉자까지 추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14일(현지시간) ‘왜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접촉자 추적에서 실패했는가? 하지만 몇몇 나라들은 그것을 바로 잡았다’라는 온라인 기사를 게재하고 베트남ㆍ대만ㆍ한국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추적이 잘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확진자의 접촉자 뿐 아니라 확진자의 접촉자의 접촉자(2차 접촉자)까지 추적했다는 점을 짚었다. 베트남의 역학 조사관들이 밀접 접촉자를 확인하면 이들은 지정된 검역시설에 보내진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게시물, 휴대전화 위치 자료와 같은 데이터를 이용해 만남과 동선을 확인한다. 네이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성공적인 접촉 추적은 확진 판정이 나온 후 3일 이내에 80%의 밀접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이처는 한국도 접촉 추적 모범국 중 하나로 분류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이후 통과된 법률에 따라 보건당국이 신용카드·휴대전화·폐쇄회로(CC)TV 데이터를 추적하는 ‘데이터 감시 기법’을 사용한다면서다. 그러나 현재 발생 추이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확산세가 뚜렷한 서울의 경우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는 전체의 24.9%에 달한다.

WHO의 기준도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생물학자 크리스토프 프레이저는 모든 접촉자를 3일 이내에 추적해 격리되더라도, 전염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이저는 “하루 만에 70%의 확진자가 격리돼야 하고, 70%의 접촉자를 추적해 격리해야 발병이 느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선 등 정보제공 31%뿐"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 역학 조사관과 연락이 닿은 비율, 자신의 밀접 접촉자 정보를 제공한 비율 등. [사진 네이처 캡쳐]


네이처는 미국 등 서구 국가의 경우 ‘검사(test)-추적(trace)-격리(isolate)’ 의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역학 조사관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네이처는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부유한 서구 국가 중 역학 조사관을 비축해 둔 나라는 거의 없었다”며 “아마도 그 지역에서 전염병 발생이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밀접 접촉자들이 자가 격리를 철저하게 지키지 않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지난 5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자기 격리 중인 사람 중 61%가 하루 동안 집 밖에 나갔다고 답했다.

미국은 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접촉 추적 평가 책임자인 존 오엘트만은 “보건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 및 접촉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CDC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뉴저지 주에서는 확진자 스스로 접촉 세부사항을 제공한 사례가 31%에 불과했다. 오엘트만은 “이러한 결과는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구 국가들이 봉쇄를 택한 반면 우리는 처음부터 접촉 추적을 주요한 전략으로 채택했다”며 “그래도 접촉 추적 방식을 택한 나라들의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처음에 이를 비판하던) 서구권 국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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