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족 비명횡사 줄이어..난방참사 대비 주의보

장선욱 2020. 12. 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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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과 전남 고흥 등에서 캠핑족 취침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 발생.


텐트나 캠핑카에서 자다가 비명횡사하는 캠핑족이 잇따르고 있다.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난방 참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며칠 새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코로나 19를 피해 낭만과 여가를 즐기려는 캠핑족들이 취침 도중 일산화탄소 발생에 따른 저산소증 등으로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다.

15일 경기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정오쯤 동두천시 계곡 인근 텐트에서 20대 남녀 2명이 숨진 채 발견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추운 계곡에 텐트가 며칠째 그대로 설치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텐트 내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녀가 숨진 텐트 안에 휴대용 부탄가스로 작동하는 소형 난로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이들이 난방을 위해 산소를 많이 태우는 가스난로를 켜놓은 채 잠들었다가 산소 부족으로 생명을 잃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숨진 남녀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앞서 전남 고흥에서는 캠핑카로 개조한 대형 버스에서 숙박하던 50대 남성 4명이 ‘무시동 히터’를 작동시킨 후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흥군 금산면 오천항 한 체육시설 인근 도로에 서 있던 45인승 버스에서 A(55) 씨 등 4명이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13일 오후 8시 43분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이들을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A 씨가 숨지고 B(55) 씨는 고압산소 치료 등을 받고 있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나머지 2명은 구토·오한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에 거주하던 A 씨 등 친구 사이로 지난 12일 개조한 버스 캠핑카를 타고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로 향했다. A 씨 등은 좌석을 모두 들어내고 숙박과 취사, 세면, 용변 등이 가능한 캠핑용 차량으로 개조작업을 마친 중고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날 오후 7시쯤 여수를 들러 사고현장 주차장에 도착한 이들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회포를 풀다가 잠들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은 여행과 함께 황혼에 접어든 인생사를 안주 삼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추위를 쫓기 위해 켜놓은 일명 ‘무시동 히터’가 화근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A씨 일행은 잠들기 전 난방을 위해 버스 내부에 설치한 무시동 히터를 켜고 잠을 잤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유입돼 저산소증을 유발한 것이다.

숨지거나 의식불명인 A씨와 B씨는 무시동 히터와 가까운 곳에서 잠이 들었고 나머지 2명은 제법 떨어진 버스 앞쪽 운전석 근처에서 잠을 잤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무시동 히터가 무허가 차량개조 업체에서 설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구체적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난방유를 원료로 하는 무시동 히터를 켜고 잠들었다가 장시간 산소가 부족해 이에 따른 호흡곤란 등으로 사고를 당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체감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도 ‘차박’ ‘캠핑족’이 느는 추세 속에서 추위를 피하고자 켜놓은 난방 장비로 인한 저산소증, 질식사 등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겨울철 캠핑 난방기구로 인한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요즘에는 코로나 19로 대면접촉이 필요하지 않은 ‘차박’ ‘캠핑’ 등이 더 늘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춥다고 텐트, 캠핑카 등의 출입문,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 난방기구를 켜놓은 채 자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탄가스를 원료로 한 온수 매트의 경우 물을 데우는 가열기를 반드시 텐트 밖으로 꺼내놓고 불가피하게 난방기구를 작동하려면 텐트, 캠핑카의 공기순환을 위해 일부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밤 기온이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기를 켜놓은 채 취침할 때는 환기팬 등 공기순환 장치를 가동하거나 출입문이나 창문을 조금이라도 개방해야 저산소증과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인한 질식사 등 ‘난방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텐트나 캠핑카 내부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두는 것도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캠핑 전문가 박종현(55) 씨는 “춥다고 무조건 캠핑카 창문이나 텐트 출입구 등을 꼭꼭 닫고 산소를 많이 태우는 난방기구를 켜둔 채 잠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방심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만큼 안전대책을 이중 삼중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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