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내부 "징계 사유-절차 모두 위법.. 전국 검사들 성명도 묵살"

고도예 기자 2020. 12.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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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만 작당하면 검찰총장을 끌어내릴 수 있게 된 것 아니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열린 15일 검찰 내부에선 "징계 사유와 징계위 절차 모두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전국 대부분의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등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두고 "검사들이 더 이상 '검찰 중립성'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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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위]"이의제기 무시하고 일정 강행.. 징계위가 '징계 추진위'로 변질"
"4명이 모이면 언제든 총장징계.. 권력 겨누면 대가 치른다는 신호"
일각 "尹, 정치중립 위배 논란 자초"
추미애 묵묵부답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후 6시경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 결정이 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징계 제청을 할 것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네 명만 작당하면 검찰총장을 끌어내릴 수 있게 된 것 아니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열린 15일 검찰 내부에선 “징계 사유와 징계위 절차 모두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검사들 사이에선 “징계 혐의를 심사하는 징계위원회가 아니라 중징계란 답을 위해 절차를 밟는 ‘징계 추진위원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권력 겨누면 총장 바꿀 수 있다는 신호”

검찰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력이 검찰총장을 찍어낸 뒤 검찰 수사에 본격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검사장은 “‘사인성호(四人成虎)’란 표현이 적절하다. 네 사람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일부 친(親)장관 위원들이 결탁하면 언제든지 총장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에 대해 당사자 조사 등 충분한 조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며 “정권 비리를 수사한 총장을 찍어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의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등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두고 “검사들이 더 이상 ‘검찰 중립성’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평검사들과 중간간부급 검사, 검사장과 고검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는 위법 부당하니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성명을 냈다.

수도권 검찰청의 평검사는 “전국의 검사들이 이례적으로 검찰 내부망에 성명서를 게시하는 등 충분히 의견 개진을 했다”며 “이런 검사들의 의견을 휴지 조각 취급하면서 총장 징계절차를 강행하는 법무부의 모습에 자괴감과 분노가 동시에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검사도 “외압을 막아줄 우산인 총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라며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면 언제든 총장도 일선 검사들도 바뀔 수 있다는 시그널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배 논란 자초한 측면도”

징계위가 서둘러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당사자인 윤 총장 측이 절차 관련 문제 제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징계위가 숙의하기는커녕 정해진 일정만 강행하고 있다”며 “징계 절차나 검찰 수사 등 당사자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처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당사자 및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게 곧 절차적 정의”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윤 총장이 지난 국정감사 때 정계 진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사태에 이르기까지 윤 총장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싸고 검찰 조직이 두 갈래로 분열된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는 공동성명을 내는 데 참여하지 않은 일부 검찰 간부와 검사를 ‘친정권 검사’로 재단하는 분위기도 일각에서 감지되고 있다.

징계 여부를 둘러싼 윤 총장과 법무부의 갈등 국면이 이어지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한 검찰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검찰 간부는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시행되는데 변화된 상황에 검찰이 적응하려면 검찰, 법무부 등 다양한 기관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모든 관심이 총장 징계에만 쏠려 있으니 내년이 되면 검찰이 형사사법 시스템 변화로 대혼란을 겪을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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