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 분류 쉽고 재활용 품질도 좋아져"
15일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폐기물 선별·재활용 업체 알엠(RM)의 선별 공장에 들어서자 폐기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깨끗한 페트병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이 페트병은 성남·군포 등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모아 배출하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거둬온 것들이다. 이 업체는 이번 달부터 투명 페트병만 따로 선별·재활용하는 공정을 도입했다. 새로운 선별 라인을 도입하는데 2억여원 비용이 들었지만, 업체는 이 투자를 통해 상품 가치가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알엠 오산 공장의 김종석 전무는 “한 달에 3000t가량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데, 이 가운데 분리 배출이 잘된 투명 페트병의 비중을 80%까지 늘여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내년에는 알엠처럼 투명 페트병만 별도로 선별·재활용하는 공정을 도입한 업체가 늘어난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질을 높이기 위해 내년 중 국내 24개 재활용 업체 가운데 11곳, 160여개 선별업체의 30%에 대해 이와 같은 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국내 폐페트 시장에 쏟아지는 물량의 약 70%가 재활용하기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수작업 줄고, 공정 단순화투명페트병 별도 선별 효과
이날 알엠의 투명 페트병 선별·재활용 과정을 지켜보니 혼합 페트병을 처리하는 과정보다 공정이 단순했다. 통상 가정에서 배출되는 페트병은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컨베이어벨트에 오르기 전 사람이 눈으로 보고 다른 재질의 폐기물을 꺼내는 수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 선별 라인은 이미 가정 등지에서 분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알엠 재활용 공장에서도 투명 페트병 라인은 레이저를 이용해 다른 플라스틱 재질을 구별해내는 과정, 화학약품 처리를 통해 라벨을 분리하는 과정 등을 생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재활용 원료로 재탄생하기 직전 라인별로 3~4명의 작업자가 폐기물을 검수하는데, 분주하게 돌아가는 혼합플라스틱·유색페트병 재활용 라인과는 달리 투명 페트병 라인의 작업자들이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흔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강건호 화성공장장은 “작업자들이 분리 작업을 할 게 없을 때 보내는 신호”라며 “혼합플라스틱 재활용 공정과 달리 작업 효율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산 폐페트 완전 대체 가능하다”
이렇게 투명한 페트병을 별도 공정을 거쳐 분리하면 현재 국내 재활용업계가 생산하는 것보다 질 좋은 재활용 페트 원료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고, 음식물·생활폐기물 등 오염물질이 묻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재활용 페트로는 옷을 만들 수 있는 ‘장(長)섬유’를 만들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별도 공정을 통해 장섬유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폐페트 수입량은 10만1900t. 이 가운데 일본산이 5만5800t으로 절반을 넘는데, 대부분의 일본산 폐페트는 장섬유를 만들기 위해 수입되고 있다.
알엠의 경우 현재 생산하는 재활용 페트의 40%가 비닐 포장재 등 시트를 만드는 곳에, 35%가 천막 등을 만드는 단(短)섬유로 판매되고 있지만 앞으로 품질을 높이면 옷을 만드는 장섬유뿐 아니라 다시 음료를 담는 페트병으로도 재활용하는 등 고품질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공장장은 “단섬유는 활용도가 낮은 반면 장섬유 같은 고품질 폐페트는 수요층이 두껍다”며 “가정에서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이 늘어나면 처리량이 많아져 일본산 폐페트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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