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약 먹고 사망했다, 日 발칵 뒤집은 하얀 알약의 정체
일본 유명 제약회사의 손발톱 무좀약 제조과정에서 수면유도제가 실수로 섞여 들어가 이를 먹은 환자들이 기억상실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가 하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회사 측이 출하 전 검사에서 이물질 혼입 반응을 알았으면서도 판매를 강행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은 커지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바야시 화공(小林化工)이 지난 6~7월에 제조해 9~12월 판매된 손발톱 무좀용 경구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50 MEEK 약 9만 정에 수면유도제 성분이 들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정당 5㎎의 양이 포함된 이 수면유도제 성분은 1회 최대 투여량의 2.5배에 이른다고 한다.
사건의 전모는 전국에서 부작용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0일 이 약을 먹은 70대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전날(14일) 기준으로 의식·기억상실 등 피해를 호소한 환자는 모두 134명으로, 이 중 33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운전 중 수면제 성분에 의식을 잃고 교통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15건에 달했다. 제조회사 소재지인 후쿠이(福井)현 조사 결과 처방전을 근거로 최소 364명이 이 약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 측의 부실한 공정 관리도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문제의 약이 출하되기 전인 지난 7월 회사가 실시한 샘플 조사에서 주성분의 함유량을 나타내는 파형에 수상한 반응이 포착됐다”며 “회사 측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미미한 반응으로 봤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표면화된 후 회사 측은 이 데이터를 재검증해 수면유도제가 들어갔을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출하 전에 자세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면 혼입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약 제조 과정에서 약의 양이 원래 양보다 줄어들어 회사 담당자가 후생노동성 승인 순서를 어긴 채 추가 성분을 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함께 “최근 한 차례 회사 관계자 조사를 마친 데 이어 곧 2차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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