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댐에 죽어가는 메콩강..하늘 위 '지구의 눈'이 살린다

유상철 2020. 12. 16. 09: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위성 원격 탐지 시스템 이용하는
메콩강 댐 모니터링 프로젝트 15일 정식 가동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에 세운 중국 11개 댐
강수와 적설, 온도 등 일일이 추적 감시해
중국이 수량 조절로 동남아 5개국에
영향력 행사하는 것 막자는 취지

미 국무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메콩강 댐 모니터링 프로젝트’가 15일부터 정식 가동을 선포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15일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댐 건설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듣는 메콩강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해당하는 란창강에 세운 대형 댐. 미국은 15일부터 ‘메콩강 댐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가동해 중국 댐 감시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중국 바이두 캡처]

미 정부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위성으로 원격 탐지한 자료를 이용해 메콩강의 주요 위치에 세워진 13개의 대형 댐과 발전 능력이 200㎿를 넘는 메콩강 지류의 15개 댐 수위를 일일이 추적하게 된다.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건 중국이 메콩강 상류로 중국에선 란창강(瀾滄江)으로 부르는 곳에 댐을 세워 메콩강이 통과하는 라오스와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개 국가의 수량을 좌지우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메콩강은 중국의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베트남 등 동남아 5개국을 관통하며 남중국해로 흘러나간다. 길이 4350km로,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며 유역에 거주하는 동남아 6000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길이 4350km로,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인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라오스와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두산백과 캡처]

그러나 지난 1990년대부터 중국이 상류인 란창강에 댐을 건설하며 문제가 생겼다. 건기엔 용수가 부족하고 우기엔 홍수의 우려가 커졌으며 또 어획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불만이 동남아 5개 국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메콩강 댐 모니터링 프로젝트’는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와 미 수자원 연구 및 자문회사인 ‘지구의 눈(Eyes on Earth)’ 등이 공동 제안했고, 이후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번에 정식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에 중국이 건설한 11개의 대형 댐의 강수와 적설, 온도 등 각종 지표를 자료화하고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중국이 메콩강 수위에 대해 인위적인 통제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메콩강 유역인 태국 동북부에 가뭄이 들었다. 중국이 상류에 세운 댐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팀슨 센터의 브라이언 아일러 연구원은 “중국은 수력발전소의 메콩강 하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제공하는 수량 관련 자료는 “투명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의 눈’의 전문 자문위원인 알란 바시스트는 수리 전문가와 원격 탐지 전문가 등으로 팀을 구성하고 메콩강 유역 관리 기구가 원격 탐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 메콩강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구의 눈’은 지난 4월 중국의 대형 댐이 메콩강의 수량을 가로채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9월 미 국무부 홈페이지엔 중국이 란창강에 세운 일련의 대형 댐으로 메콩강 유역의 수자원을 통제해 관련 국가에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 란창강 일대에 많은 댐을 건설하면서 중하류 지역인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관통하는 메콩강 수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 프로젝트를 겨냥해 미국의 “악의적인 도발”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2016년과 2019년 건기 때 중국은 란창강의 물을 최대한 흘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댐 건설로 유량을 조절해 홍수와 건기 때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해결했지 악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중국에서 메콩강으로 들어가는 란창강의 수량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메콩강 전체 수량의 13.5%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에 댐을 건설하면서 메콩강 유역 동남아 5개국과 분쟁이 일고 있다. [두산백과 캡처]

메콩강의 수량 86.5%는 동남아 5개국의 지류에서 합쳐진 것으로,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와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메콩강 유역 5개국은 지난 95년 메콩강위원회를 설립해 미국과 일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후 중국은 이들 5개국과 2016년 3월 ‘란창강-메콩강 협력조직’을 만들어 용수 분쟁 등에 대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