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기한파에 전당포 찾는 사람들.."샤넬백 맡기고 10만원 빌려"

전종헌 2020. 12. 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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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부터 명품 속옷까지 들고와
불경기로 매출 준 자영업자가 대부분
전당포 밀집 지역 강남역 12번 출구 앞. [전종헌 기자]
한파가 몰아친 15일 찾아간 강남역 12번 출구. 전당포 밀집 지역인 이곳에서 10여분간을 헤매다 찾아간 강남대부캐피털엔 손님 3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2년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이 업체엔 코로나로 방문 고객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거래 품목 수는 오히려 더 늘었다. 손님 한명당 맡기는 품목이 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상품 감정 등을 맡고 있는 임주희 부장은 "어제 5000만원짜리 위블로(HUBLOT) 시계를 맡기고 3000만원을 대출해 갔다"며 "코로나로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가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고가 품목 외에도 평소엔 찾아보기 힘든 물품들까지 들어오는 것이 늘었다고 임 부장은 귀뜸했다. 전당포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대출을 해간 사람의 정보를 알려 주지는 않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수가 자영업자라고 한다. 코로나로 사업장이 폐쇄되거나 임대료와 인건비 등과 같은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급한대로 집에서 돈 될 만한 물건을 모조리 모아 전당포를 찾는다는 것이다. 미개봉 향수, 명품 화장품, 홍삼, 상품권, 달러, 은그릇, 명품 속옷까지 맡기는 물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임 부장은 "최근에는 반지와 같은 귀금속을 많이 맡긴다. 며칠 전에도 온갖 귀금속을 다 맡기고 2200만원을 빌려간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당포에 맡겨졌다 찾아가지 않은 물품들. [전종헌 기자]
고가의 물건만 전당포에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지흥진 강남캐피탈대부 대표는 "양주, 신발, 노트북, 카메라를 맡기고 10만원을 빌려가는 경우도 있다"며 "사정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말했다. 임 부장은 "지난주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오래된 샤넬 가방을 맡기고 10만원을 가져갔다"고 부연했다.

코로나 여파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급전 대출 시장에 이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신용등급(신용점수)이 낮아 신용을 담보로 하는 은행대출은 엄두를 못내는 대신, 이들 상당수가 물건을 맡기고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전당포를 찾는 것이다. 담보할 물건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눈치를 살피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다. 또, 못 갚으면 맡긴 물건을 안 찾으면 그만이다. 이런 이유에서 연 24% 금리에도 전당포를 찾는다.

전당포에 맡겨진 명품 가방. [전종헌 기자]
지 대표는 "한때는 아버지가 받은 대통령 훈장을 맡기러 온 경우도 있었다"며 "훈장의 값어치를 매길수 없어 대출이 어려웠지만, 사정이 급해 보여 100만원을 빌려 준 기억도 있다"고 소개했다.

종종 선물받은 명품 시계나 가방이 대출 전 감정에서 가품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다. 임 부장은 "그동안 명품인줄 알고 사용하다가 감정에서 진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며 "선물받은 경우 크게 당혹스러워해 난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당포 물품들. [전종헌 기자]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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