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기자들 "검찰 받아쓰기는 오해.. 누구 편 아닌 '옳고 그름' 중요"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15일 기준 27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무소불위의 검찰 뒤에는 특권을 함께 누리며 공생하는 검찰 기자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주장이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출신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발언 도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조 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면서 “진보 매체인 한겨레와 경향부터 기자단을 철수시키라”고 했다.
법조 기자단의 ‘카르텔’을 깨겠다며 소송에 나선 언론사도 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셜록 등은 검찰과 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기자단의 정보 독점을 깨고 ‘비(非) 기자단’에게도 문호를 개방·확대하라는 게 주된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답변서에서 3개 매체에 대해 사실상 (출입증 발급)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등 전 과정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법원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할 경우 바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최용문 변호사는 “기자단이란 게 개인들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없애라 말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기자단이) 출입증 발급이나 기자실 사용 권한을 독점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므로 그걸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단 해체와 카르텔 해체. 주장의 결은 다르지만, 기저에는 몇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먼저 흔히 지적되는 문제가 까다로운 가입 절차와 폐쇄적인 운영이다. 법조는 경찰, 서울시 등과 함께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출입처로 꼽힌다.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기자가 법조 기사를 써야 하고 서울중앙지검, 지법, 대검 등 세 기관 출입 기자들의 심사와 투표를 모두 통과해야 기자단 가입이 허락된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고도 몇 번씩 고배를 마시는 언론사도 있다. 이처럼 높은 가입 문턱을 두는 게 과연 적절할까. 종합일간지 법조팀장 A 기자는 법조 취재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검찰과 경찰 등 문턱이 높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공통점은 해당 기관에서 다루는 정보들이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이라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언론 본연의 역할이 아닌 다른 부수적 이득을 위하는 언론사나 유튜버 등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장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장벽을 뚫고 기자단에 들어간 만큼 누리는 장점도 클까. 일단 기자단에 가입해야 검찰과 법원 출입이 가능하고, 일정 부분 취재 편의를 제공받는 건 사실이다. B 법조 기자는 “기자단이 되면 주요 사건에 대해 검찰 측에서 공보도 해주고 기사가 나왔을 때 대응도 잘 해주는 편이다. 법원에서도 기자단에는 피고인 이름과 사건번호를 알려주기 때문에 재판 일정을 확인해서 취재하기 수월하다”며 “비 출입사들은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속보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검찰이 공개하는 정보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얼마 전까지 법조팀장을 지낸 종합일간지 C 기자는 “예전에야 영장도 복사해서 주고 했지만, 지금은 기자들에게 별로 알려주는 게 없고 검찰과 법원이 제공하는 자료 자체에 기밀성이 거의 없다”며 “알려진 것과 달리 기자단 안에 있다고 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연주 변호사가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에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꼬집은 데 대해서도 그는 “그분이 2000년대 초반에 1년 정도 검사 일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땐 아마 그랬을 거다.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조 기자들이 ‘검찰 받아쓰기’만 한다는 주장은 의심을 넘어 거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검찰에서 받은 정보가 아닌 ‘외곽 취재’로 쓴 많은 기사조차 ‘검찰발 보도’라는 오명을 썼다. 오랜 시간 법조를 담당해온 방송사 D 기자가 “기자단을 보는 국민의 시각과 내부의 시각이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이유다.
A 기자는 “우리는 검찰도 취재하지만, 변호사 쪽도 취재를 많이 하고 판결문이나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서 기사 쓰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데 모조리 받아쓰기, 검찰과 유착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황당하고 그렇게 몰아가서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때도 법조 출입을 했는데 그때도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당만 달라졌을 뿐이다. 누구 편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옳고 그름만이 중요하다. 우리는 옳은 것을 쓸 뿐이다”라고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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