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리 덮친 코로나19..성당 출입문 밧줄로 걸어 잠가

학생부터 허리 굽은 백발노인까지 진단검사.."옆 동네까지 불안"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백나용 기자 = 제주시 구좌읍 김녕성당에서 최근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김녕리 마을은 '초비상'이 걸렸다.

17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있는 동부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제주도가 김녕리 전체 주민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다고 밝히자 제주시 산하 동부보건소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천막 10여 동을 설치하고 3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오는 주민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A(56)씨는 "그저께(14일)부터 김녕성당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더니 18명이나 됐다"며 "작은 시골 마을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진자들과 접촉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부터 백발에 허리가 굽은 어르신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동부보건소에 따르면 이날 현재 600여 명이 검사를 받았다.

김녕리 마을 안은 주민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돌아다니는 주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김녕성당의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 안에서 밧줄로 묶여 있었다.

성당 주변에는 아무도 얼씬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등교 중지 조처가 내려진 김녕초등학교와 김녕중학교도 인적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가끔 오가는 행인과 상인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식당은 문을 걸어 잠갔고, 몇 안 되는 가게가 문을 열었으나 손님은 없었다.

이날 길에서 만난 김녕리 주민 B(52·여)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민 간 왕래도 없어지고, 전반적으로 마을 분위기가 안 좋다"며 "특히 바로 옆 구좌읍 세화리와 평대리 주민들도 코로나19가 확산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156명으로, 이달에만 7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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