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주민 압박에 혁신학교 포기한 교장 "지난 2주간은 악몽"

윤근혁 2020. 12. 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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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지역 주민 등의 압박에 혁신학교를 포기한 경원중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개인 신상을 비방하는 지난 2주간은 악몽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원중 주변 주민들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학교 주변에 교장 실명이 들어간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저주 펼침막을 걸어놓는 등 교장 비방활동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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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중 '혁신학교 포기' 표결 학교운영위 회의록 보니..강민정 "불법행위 법적조치 해야"

[윤근혁 기자]

 
 지난 10일 열린 경원중 학교운영위 회의록.
ⓒ 서울시교육청
 
서울 강남지역 주민 등의 압박에 혁신학교를 포기한 경원중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개인 신상을 비방하는 지난 2주간은 악몽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원중 주변 주민들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학교 주변에 교장 실명이 들어간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저주 펼침막을 걸어놓는 등 교장 비방활동을 벌인 바 있다. (관련기사 : "교장, 나는 너를 죽어서도..." 저주 펼침막에 항복한 교육청 http://omn.kr/1qw6r)

교장 "교육이라는 것은 칼로 무 베듯 분리되는 것 아냐"

<오마이뉴스>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교육위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에게 보낸 '제8회 경원중 학교운영위 회의록'을 17일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경원중 3학년 3반 교실에서 열린 이날 학교운영위는 7일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 경원중 학교운영위의 '혁신학교 포기' 합의문에 따라 임시로 열린 회의였다.

이 회의엔 '혁신학교 반대' 학부모와 지역 주민 등 6명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경원중 A교장은 "먼저 이런(혁신학교 반대) 상황이 발생하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혁신'이라는 단어의 반감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 신상을 비방하는 지난 2주간은 악몽 같았다."

이어 "교육이라는 것은 칼로 무 베듯이 분리되어 따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마을결합중점학교의 프로그램과 성과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육과정에 녹아 있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진행한 마을결합중점학교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미래역량 배양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으로 마을결합 혁신학교를 추진하고자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태로 인해 상처받았을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어떻게 보듬어줄지 교직원과 적극 대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 출신 학교운영위원인 한 인사도 이날 "혁신학교가 되면 시험을 안 볼 것이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많이 할 것이다', '좌파교사를 초빙하여 이념교육을 시키는 거 아니냐?'하는 등의 민원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마을결합(혁신)학교 신청 시 혁신학교 지정 지침을 준수하였으며, 2년 동안 마을결합중점학교 운영에 대한 교사, 학생, 학부모 만족도가 높게 나왔으며, 이에 연계하여 혁신학교를 신청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학부모위원 또는 지역위원으로 보이는 한 운영위원은 "아무리 좋은 것도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이 받아주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면서 "학부모, 지역주민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이상 (혁신학교) 운영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경원중 학교운영위는 지난 9월 2일 온라인으로 회의를 열고 '경원중 마을결합형 혁신학교 지정 신청 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동의한 바 있다. 당시 이 학교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찬성비율은 학부모가 69%, 교사가 80%였다.

하지만, 10일 학교운영위는 '마을결합 혁신학교 운영 취소 건'에 대해 투표를 벌여 찬성 6표, 반대 4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기존 학교운영위의 결정이 지역 주민 등의 반대활동 뒤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8일 0시 9분쯤, 서울 경원중 주민들이 교장 이름이 적힌 펼침막을 떼어내고 있다.
ⓒ 윤근혁
한편, 경원중 주변 강남-서초지역 주민들은 최근까지 A교장을 비방하는 저주 펼침막과 함께 교장 실명이 적힌 다음과 같은 펼침막도 학교 주변에 걸어놓은 바 있다.

"학부모들 농락하는 ◯◯◯은 물러나라, 혁신학교 필요 없다 아무것도 하지마라"
"서초명문 경원중 혁신전환 결사반대, 혁신학교 철회하고 ◯◯◯은 사퇴하라"

"전교조 해직교사 무자격 교장"은 허위...강민정 "불법 행위 법적 조치해야"

이들 가운데 일부는 850여 명이 가입한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오픈채팅방에 "전교조 해직교사 ◯◯◯ 무자격 낙하산 공모교장 구속 수사하라"는 글귀를 여러 차례 올려놓기도 했다. 이 글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원중 교장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장학관 출신으로, 전교조 해직교사도 아니다"면서 "허위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글.
ⓒ 채팅방갈무리
 
강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원중학교 경우에는 부동산카페가 연루되어 있고, 혁신학교 반대 민원인에 해당 학교 학부모는 22%밖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학교구성원이 아닌 외부의 집단적 힘에 의해 혁신학교를 좌절시켰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 행위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법적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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