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메멘토 모리' 남긴 박영관 전 검사장 "윤 징계 결정 법치주의 무너져"

박희준 2020. 12. 1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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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도 결국 언젠가는 꺾인다는 건 동서고금의 평범한 진리다.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이 2009년 1월 검찰을 떠나면서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박 전 지검장은 "로펌 동인이 윤 총장 변호에 나선 것은, 추미애 편이냐 윤석렬 편이냐 하는 치졸한 편가르기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법치주의, 법의 지배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기에 변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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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지금은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도 결국 언젠가는 꺾인다는 건 동서고금의 평범한 진리다.   

“문득 구 로마정국 시절 군중들이 개선장군을 환호하자 옆에 있던 노예 한 사람이 ‘메멘토 모리’를 외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이 2009년 1월 검찰을 떠나면서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을 수사한 경력 등으로 인해 이명박정부에서 두차례나 좌천성 인사를 당한 끝에 검찰을 떠났다. 김대중정부에서 법무부 검찰 3·2·1과장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갔던 검사다.

그는 검찰 후배들에게 “나 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멘토 모리’를 말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2006년 2월 검사장에 승진했다가 2007년 전주지검장에서 2008년 3월 제주지검장으로, 2009년 1월 다시 사시 23회 동기 아래인 대전지검 차장으로 발령나자 사표를 냈다.

박 전 지검장이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태 논쟁에 가세했다. 자신이 소속한 로펌 ‘동인’의 동료인 이완규 변호사가 윤 총장을 변호하고 있어 의견 표명을 자제하면 사태를 지켜봐 왔다는 그다.

박 전 지검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징계 위원회 결정이라는 것을 보니 법치주의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촛불혁명 후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했다. 그의 정직하고 소탈한 성품과 사심 없어 보이는 모습을 신뢰하고 지지를 보냈다”면서 “그러나 인내하며 지켜본 몇 년 동안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라고도 했다.

박 전 지검장은 “로펌 동인이 윤 총장 변호에 나선 것은, 추미애 편이냐 윤석렬 편이냐 하는 치졸한 편가르기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법치주의, 법의 지배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기에 변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문제 된 일본 산케이신문 특파원 사건을 변호했던 것도 “외국 기자라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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