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수사팀 보고서는 짜깁기' 진술했지만 징계위가 묵살"

강광우 2020. 12. 18. 05: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수사팀의 보고서와 녹취록, 편지 전체 내용을 대조해본 결과 원문을 일방적으로 발췌·짜깁기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많았다."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당시 대검찰청 형사1과장)는 지난 1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김관정 숨겼던 증거자료 원문 보니 혐의 인정 어렵단 결론"
박 부장은 징계위에서 지난 6월 '채널A 사건' 수사를 놓고 중앙지검 형사1부(당시 정진웅 부장)과 대검 지휘부 간 의견 대립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대검 형사과 실무진들은 만장일치로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실무진의 무혐의 결론을 보고받고도 부장회의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한 '강요 미수죄 적용'에 찬성 의견을 냈다.

박 부장은 "김 지검장은 녹취록 등 원문을 직접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에도 숨겨두었다가 6월 19일 부장회의 전날 오후에서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전달받은 증거자료를 연구관 2명과 함께 새벽까지 분석해 부장회의 당일 아침 그 결과를 형사2과장 및 다른 연구관들과 검증했다.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이 개입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지검장은 실무진의 의견을 왜곡한 진술서를 징계위에 제출했다. 김 지검장은 진술서에서 "부장회의가 열린 6월 19일 형사부 과장, 연구관 전원이 '채널A' 사건 관련자인 이 전 기자 등에 대한 무혐의 보고서를 썼다"며 "그러나 직전 형사과장들은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수사팀 보고서가 짜깁기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드러나 증거자료 원문을 보고 결론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박 부장은 "수사팀의 보고서만 봤을 때 이 전 기자의 혐의 인정 가능성은 높고 한 검사장은 불분명하나 수사의 필요성은 있다는 의견이었다"면서 "그러나 이 전 기자 변호인의 진정서를 통해 수사팀 보고서에는 다수의 반대 취지의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됐고, 뒤늦게 받은 원문 자료 전체를 검토하니 당시까지 수사 결과로 혐의 인정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징계위는 박 부장의 이런 진술에도 김 지검장의 진술서를 검증하지 않았다.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이 방어권 보장을 위해 속행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묵살됐다. 징계위는 대검의 수사 검토 과정을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로 판단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뉴스1·뉴시스


"윤석열, 부장회의 논의에서 결정 못 하면 직접 결정 지시"
징계위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내린 판단의 허점은 더 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6월 4일 스스로 지휘감독권을 포기한 이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해 수사를 중단시키려 시도했다"고 봤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지휘감독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당시 구본선 대검 차장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부장회의를 열어 대검 형사부 실무팀과 수사팀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부장회의에서 구속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라"면서도 "만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문제도 같이 논의해 결과를 보고하되, 그러고도 결정하지 못하면 총장이 직접 결정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징계위가 '부장회의가 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도 사실관계가 틀렸다. 부장회의는 당시 '자문단 소집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윤 총장은 수사팀이 부장회의 참석 지시에 불응했다는 보고를 받고 자문단 소집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김 지검장도 "부장회의에 맡겨뒀으면 알아서 자문단 소집을 할 텐데 왜 총장이 중간에 나서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형사1과장과 함께 자문단 후보 명단을 일방적으로 준비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박 부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부장은 "윤 총장이 특정 인사를 포함·제외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자문단 후보는 법조인 검색을 통해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직접 전수조사하고 주변의 의견도 청취해 형사1과가 자체적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채널A' 사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객관적 실체 없는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고 김 지검장, 심 국장 등이 이에 동조해 총장 지휘를 패싱하려 했던 것이 그 본질이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