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창흠 임대주택 회의에서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미쳤다고 사 먹냐"

김판,백상진,이현우,이상헌 2020. 12. 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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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관련
"입주민들 주차장 그려 달라 으쌰으쌰하면 난감"
환경 단체에 대해서는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 시절 내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과 관련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임대주택의 일환인 셰어하우스의 ‘공유 식당’ 개념을 언급하면서 ‘프라이버시도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이지만,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깔려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행복주택과 관련해서는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했고, 기초단체의 건축 요구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언급했다. 환경단체를 이용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라는 취지다.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개인 책임으로 몰았다.

국민일보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변 후보자의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재임 시절 내부 회의록을 입수했다. 발언이 공개될 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내부 임원 회의였다고는 하지만 변 후보자가 평소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판단해, 내부 회의의 주요 대목과 그 맥락을 공개한다.

박 의원은 “변 후보자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삶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변 후보자가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속내가 드러났다”며 “국토부 장관 될 사람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어도 되는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1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SH공사 건축설계처와의 회의에서 당시 SH공사가 추진하고 있던 ‘셰어하우스’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고 말했다. SH공사가 추진한 셰어하우스는 서울시 무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었다.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변 후보자는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이 주로 집 안에서 밥을 해 먹을 것이기 때문에 ‘공유 식당’ 같은 게 불편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셰어하우스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외식 여부와 같은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경제력에 의존해 판단한 점, ‘미쳤다고 사 먹냐’고 상스럽게 표현한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못 사는 사람’으로 단정한 게 문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서민의 삶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조금 심한 말로 ‘정부가 지어주면 대충 살면 된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장관이 ‘양질의 주택’이라고 주장해도 사람들이 믿을 수가 없다. 결국 부실한 임대주택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논의하면서는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그게 되어야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언급했다. 거주민들의 편의시설에 대한 욕구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련 학과 교수는 “입주민들이 주차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다. 시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〇건축설계처장 : 공유의 개념을 현상공모 할 때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뜻이 있으세요.
〇변창흠 사장 : 아니, 거기를 운영할 사람에게 토지를 줘야 공유가 되는 거잖아요. 밥을 가져다 놔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고 저 사람이랑 밥 먹기 싫어 할 수도 있고요.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 그렇지요? 공급조건, 평형 이런 것에 대한 종합적인 감 없이 그냥 건물만 공유로 만들어 놓으면, 내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람들 많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판단이 있어야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이 그냥 진행되는 것 같은데요. 지금 진도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〇건축설계부장 : 지금 ○○○○ 같은 경우는 행복주택이 60호 있지 않습니까. 설계와 제도개선 시기가 맞으면 반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〇변창흠 사장 : 그게 되려면 역에 바로 붙어있거나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그게 되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지잖아요.

#2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
변 후보자는 2016년 건설사업처와의 회의에서 훼손지에서 복원된 지역에 주차장을 만들어달라는 기초단체장의 요구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렇게 구청에서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 보여주라”면서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환경단체를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기관의 입장에 맞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등의 표현에서도 변 후보자가 시민단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엿보인다.

특히 변 후보자는 SH공사 사장 재임 시절 ‘박원순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017년 야당은 변 후보자가 SH공사 주요 간부들의 정치적 성향과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 관계 등을 인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변 후보자는 부인했지만 서울시는 자체 조사 결과 작성 주체와 경위를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채 조사를 종결해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〇변창흠 사장 : 그런 게 있으면 저렇게 구청에서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 보여주고,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

#3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또 변 후보자는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내부 회의에서 발언했다. 대법원도 명백한 사측 책임을 인정한 사고에 대해 변 후보자가 사망 노동자의 개인 과실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또 ‘평일 주40시간 노동’과 관련해서도 “주5일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솔직히 토·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왜곡된 노동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는 변 사장 외에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간부들이 참석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말 열린 간부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사고 책임 문제를 두고 여론의 비판이 거셌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둔한 발언이다.

변 후보자는 이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현장이 많다”며 “조금의 실수가 없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모(당시 19세)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김군은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먹지 못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발견됐다. 이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노동자의 현실,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당시 간부 회의에서 SH공사 주관 건설현장의 평일 주40시간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한 간부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주5일 근무를 하고, 만약 주중 비가 오면 일을 하지 않아도 수당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자, 변 후보자는 “비가 한참 오면 일을 안했는데도 돈을 주는 거고, 우리는 공기(공사기간)가 늦어진다”며 “솔직히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 주5일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돌관작업’은 건설현장에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낮과 밤, 평일과 휴일의 구분 없이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계에서는 돌관작업을 대표적인 산업재해의 주범으로 꼽는다.

변 후보자는 그러면서 “열거만 하지 말고,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게 논의돼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주문했다. “민주노총이 너무 강하게 요구한다”는 간부의 말에 변 후보자는 “민주노총 입장은 어떤 것이고, 일을 하나도 안해도 기본월급은 얼마까지 줘야 하는지 이런 쟁점을 분명히 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〇변창흠 사장 : 뒤에 사진도 봤고, 제가 휴대폰으로 받았는데요. 사전에 연습해서 점검하고 뭐가 빠졌는지, 뭐가 부족한지를 보는 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 제가 간부님들에게 말씀을 드렸었는데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에요.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다 날아간 셈이에요. 사장직무대행만 남았는데 그 양반은 8월에 끝나니까 모든 조직이 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시도 교통본부장 직위해제 되었고.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보고, 체크도 해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이런 게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판 백상진 이현우 이상헌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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