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록 고쳐라" 尹감찰 박은정..검사들 "증거위조냐" 반발

이민석 기자 2020. 12. 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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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소급해 보고서 고쳐라" 지시에..부하검사들 이틀째 거부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 감찰’ 명목으로 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넘겨받은 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를 만드는 뒷조사에 악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감찰을 주도했던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최근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감찰 기록을 과거 날짜로 소급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그러나 부하 검사들이 “증거 위조”라며 반발하면서 지시이행을 거부하는 상황이 17일부터 이틀째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지난 1일 오전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날짜 소급해 보고서 고쳐라” “명백한 불법” 대치

앞서 박 담당관은 지난 10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 ‘한동훈 검사장 감찰용’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부하 검사를 시켜 한 검사장과 윤 총장 부부의 통화 내역 원자료를 받아 갔다. 며칠 뒤에는 형사1부 수사팀이 원자료를 분석한 ‘분석 보고서’도 받았다.

그러나 박 담당관은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출석해 ‘윤 총장 감찰 내용’이라며 윤 총장 부부가 한 검사장과 주고받은 통화·메시지 내용과 횟수 등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한동훈 감찰용'이라고 중앙지검 형사1부로부터 채널A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윤 총장 부부 뒷조사를 진행했다면 심각한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한동훈 검사장의 통화 기록을 한 검사장 감찰이 아닌 다른 용도에 활용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통신비밀보호법은 유죄 시 처벌 조항이 징역형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박 담당관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자신 명의의 입장을 내고 “적법하게 수집한 자료”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박 담당관은 당시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통화 내역 및 분석 보고서 중 분석 보고서 부분은 한 검사장 감찰 기록에 편철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윤 총장 감찰 기록엔 통화 내역과 함께 분석 보고서도 함께 편철해놨다고 한다. 사실상 “한 검사장 통화와 문제 메시지 내역을 윤 총장 감찰에 활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러자 박 담당관은 최근 감찰관실 검사들에게 “한 검사장 감찰 기록에도 ‘통화내역 분석보고서’를 넣으면서 (법무부가 중앙지검에 공문을 보낸) 10월 28일 자로 편철된 것으로 기록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하 검사들은 “날짜를 소급하면서까지 기록을 고치는 것은 위법”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인사는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박 담당관이 자신의 혐의를 숨기기 위해 사실상 ‘증거 인멸'을 하려는 시도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박 담당관은 본지 전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보고서 삭제” 논란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감찰관실에 파견갔었던 이정화 검사(현재 대전지검) 검찰 내부 온라인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윤석열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수사 의뢰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이런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폭로해 박 담당관의 ‘보고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직권남용이자 공용서류손상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 검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하고 수사해야 한다는 근거로 대고 있는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의 법리 검토를 본인이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분석 결과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며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 결정(24일)과 수사 의뢰 조치(26일)가 내려졌다”고 했다.

그러자 박 담당관은 그때도 자기 명의의 반박문을 내고 “최종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그대로 편철돼 있다”며 “보고서의 일부가 삭제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법무부 주변에선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할 당시 보고서엔 이 검사가 ‘죄가 되기 어렵다’고 쓴 부분은 빠져 있었다”는 말이 계속 돌았다. 한 법조인은 “박 담당관이 ‘최종적으로 작성된’이라는 표현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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