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직원 실수로 죽은 것" 변창흠의 비뚤어진 인식
[경향신문]
“못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 사먹겠나” 저소득층 비하도
야당의 사퇴 촉구 등 논란 커지자 “심려 끼쳐 죄송” 사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55)가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저소득층 비하 발언도 뒤늦게 공개됐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안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망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변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변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한 변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의 2016년 6월 회의록 내용을 공개했다.
변 후보자는 당시 사고의 안전관리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회의록에 기재돼 있다. 변 후보자는 그러면서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한 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시 19세였던 김모군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 점검을 나갔다가 승강장에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했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던 사고였다. 그럼에도 변 후보자는 김군의 사망 원인을 개인의 실수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변 후보자의 그릇된 시각이 담긴 다른 발언도 알려졌다.
변 후보자는 같은 회의에서 공유주택의 공동 식당과 관련한 직원의 제안에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말했다. 행복주택 주차장과 관련해서도 “역에 붙어 있으면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에 으샤으샤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구역을) 그려달라고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변 후보자가 SH공사 부채 감축에 기여한 마케팅 전문계약직 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대학교수 시절 제자였던 인사를 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야당은 유감을 표하며 변 후보자 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해 희생자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논란투성이에 더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변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 촉구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인 심보선이 김군을 기리며 썼던 ‘갈색 가방이 있던 역’이라는 시를 읽은 뒤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지적하며 “위험의 외주화, 구조적 재난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변 후보자의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 인식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는 “4년 전 SH공사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어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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