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프리미엄,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김경진 2020.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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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월간지 모노클(MONOCLE)은 2021년 1월호 기사에서 각국의 소프트파워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면서 한국을 독일에 이은 세계 2위로 평가했습니다. 프랑스가 3위, 일본이 4위였고, 대만, 스위스, 뉴질랜드, 스웨덴, 그리스, 캐나다가 뒤를 이었습니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 힘을 의미하는 하드파워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문화, 예술, 공공외교 등 매력으로 행사하는 국제적 영향력을 말합니다.

모노클은 한국이 엔터테인먼트와 혁신에 있어서 다른 나라를 위한 기준을 세울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영화와, BTS로 대표되는 'K-POP' 등이 한국 소프트파워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코로나19 초기 대응도 높게 평가했으며, 삼성과 LG, 현대 등 기업은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한국은 세계 2위의 소프트파워 강국일까요?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들과 한국 소프트파워의 실제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영국 월간지 모노클 2021년 1월호 표지


■ "미국 내 한국의 위상, 달라지긴 달라졌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 "Americans positive on South Korea despite Trump’s views on alliance"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CCGA)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LA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제이미 리(Jaime Lee) 제이미슨(Jamison)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위상이 몇 년 새 크게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릴 때 학교에 김밥을 가져갔는데, 냄새난다고 모두 놀려서 버린 기억이 있다고 회고하면서 "당시 미국 주류 사회는 한국을 너무 몰랐고, 일본과 중국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백인 여성들이 한국어로 K팝을 따라 부르고 있고, 미국의 유명 화장품 체인에 들어가면 K-뷰티 코너가 있으며, 모두 삼성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한국을 매력적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레이스 최(Grace Choi) 뉴욕시장실 정책국장은 "뉴욕의 경우 K팝과 K뷰티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면서 "흑인과 백인, 라틴계 동료들이 모두 김치를 먹고, 나에게 K뷰티 비법을 묻고 있는데, 이는 정말 멋지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샘 조(Sam Cho) 시애틀 항만청 위원은 "저희 한인 2세대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중시했는데, 지금 3세대는 한국어를 더 잘하려고 한다"며 "다른 국가 사람들도 한국어를 하고 싶어 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팀 황(Tim Hwang) 피스칼노트(FiscalNote) 최고경영자는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언급했습니다. 팀 황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올해 3월과 4월, 미국 CNN 방송을 틀어보면 5분마다 한 번씩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며 미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위상 제고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 및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제고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외교부-세종연구소 주최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과 재미동포 사회’ 화상 토론회


■ "K-프리미엄,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샘 조(Sam Cho) 시애틀 항만청 위원은 "한국이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 소프트파워를 강화했어도, 그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샘 조 위원은 중국과 미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소프트파워를 강화했지만,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전 세계가 중국을 보는 시각이 크게 변하면서 하루아침에 소프트파워가 약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전 세계가 미국을 보는 인식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K팝, K뷰티 등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증가하긴 했지만, 이걸 어떻게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 아카데미 상에서 수상한 봉준호 감독


■ "제도적 장치 마련하고 디지털 콘텐츠 활용해야"

팀 황(Tim Hwang)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자금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년, 30년 갈 수 있는 기관을 세우고, 이 기관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뭔가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이미 리(Jaime Lee)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높은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제가 부상할 때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다양성을 더 확보해 콘텐츠를 생산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BTS


■ "K-프리미엄을 공공 분야에 활용해야"

샘 조(Sam Cho) 시애틀 항만청 위원은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보다 BTS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한국의 유명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BTS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이 이슈가 단순히 미국이 아닌 전 세계적 이슈로 확대됐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샘 조 위원은 "이것이 바로 소프트파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커져서 국경을 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레이스 최(Grace Choi) 국장도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대의를 위해 사용하면 사람들이 더 매력을 느끼고, 협력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욕 한인회가 샤프턴 목사와 협력해 할렘가 저소득층 흑인을 위해 마스크 등을 제공한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최 국장은 "한국이 자국 이익뿐 아니라, 전 세계 중요 이슈에 관심이 있는 국가로 비춰지게 되면, 훌륭한 협력 파트너(good collaborator)로서 이미지가 부각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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