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감옥 좀 가보자"..'여고생 집단폭행' 10대, 법도 조롱

서혜림 기자 2020. 12. 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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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감금구타·성매매 모의..고삐풀린 10대들 극단적 기행
10명 중 4명만 실형, 1명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 못해
© News1 DB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여고생을 관악산으로 끌고가 집단 폭행과 성추행도 모자라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2년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여고생 관악산집단폭행사건의 가해자 10명은 전부 10대였다. 14세 미만 1명, 그리고 14~18세의 남자 4명에 여자 5명.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OO야 답떠" 페이스북에 여고생 응징 글 올리고 집단구타 시작

사건부터 보자. 범죄는 2018년 6월25일 사이버상에서 발생한다. 평소 알고 지낸 A양이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 친분을 유지하자 앙심을 품은 B양은 "OO야 답떠(답장)"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에 주동자 B양의 친구, 친구의 친구들이 단체로 집합한다. 다음날 가해자들은 A양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A양을 잡아 노원구에 있는 한 노래방으로 끌고 갔다.

오후 7시쯤 10대 가해자 5명은 A양을 수도 없이 때리고 발로 걷어찬다. 이들은 A양의 비명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반주에 맞춰 즐겁게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다. 비명소리에 맞춘 섬뜩한 노래였다.

'집단린치'는 노래방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A양을 마스크 등으로 가리고 버스를 타고 관악산으로 향한다.

B양은 패거리들과 함께 관악산의 우거진 곳에서 A양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수차례 나뭇가지로 성희롱을 하고 실신한 A양의 사진을 찍어댔다. 온몸을 얻어맞은 A양은 이날 췌장이 손상되기까지 했다.

B양은 자신의 전 남자 친구에게 전화해 A양을 때리고 있다는 말을 전했지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자 흥분해 A양의 목을 조르기까지 한다. 분이 풀리지 않은 B양은 담뱃불로 A양을 지지고 입 안에 담뱃재를 턴다.

이날 새벽, 거의 의식을 잃은 A양을 B양은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간다. 그곳에서 B양은 A양에게 '하루 3번 성매매를 해야 한다'며 이날 밤부터 조건만남을 강요했다. A양은 잠시 B양이 눈을 판 사이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고 약 8시간 만에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같은 해 7월, 경찰 수사로 구속된 이들은 수사기관에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진술을 요구하자 가해학생 C는 "아, 소년법 좀 폐지하라고 해요. 벌 좀 제대로 받게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수사가 진행되자 "한 번 더 패야겠네, 죽이자"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10명 중 5명만 실형…1명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 안돼

결과적으로 10명의 가해자 중 4명만 실형을 살게 됐다. 10명의 가해학생은 1심에서 7명이 실형을, 2심에서는 7명 중 3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1명은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았다. 7명은 실형을 받았는데 주범 B양이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형을, 나머지는 징역 장기 3년 6개월~4년, 단기 3년~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대 7년 최소 3년 6개월 정도의 실형을 각각 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즉각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형을 조금 더 감경시켜줬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7명의 항소심 재판에서 3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들 중 주범 B양을 포함해 3명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2019년 7월 2심 형량을 확정했다.

2심에서 이들의 형을 조금씩 감형해준 재판부는 "어린 나이에도 중장기형 선고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우리 재판부도 판단했다. 다만 양형에 있어 고심했고 나이가 아주 어리고 범행 전력이 전혀 없고 전과가 없는 등 일부 피고인에게는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고심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2명에게는 실형을 뒤짚고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물론 폭행을 하고 행동자체가 아주 좋지 않지만 가담정도가 경미했고 당시 14세에 불과한 피고인들이 하룻밤 실수로 단기형 실형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당시 재판정에서 가해학생들 일부는 선처를 받자 울기조차 했으며 방청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었지만…소년범 처벌 이대로 괜찮을까?

법조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의 판결은 관행보다 약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적절한 양형이었냐는 점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3심까지의 판결을 분석해보면, 촉법소년으로 1명의 주도 학생이 빠져나갔고, 여학생 3명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2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1명을 제외한 가해자는 모두 2심에서 '소년'이라는 이유로 감형됐다.

먼저 소년법정으로 송치된 학생 D는 주범인 A양과 친구로 처음부터 사건에 관여해 노래방부터 관악산까지 끌고가 구타했고 그리고 성매매 알선을 위해 자신의 옷까지 빌려줬다. 그러나 D는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D는 다른 9명의 구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D의 나이는 A양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며 생년월일 간발의 차이로 촉법소년으로 형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여학생 3명의 경우 '집단 린치' 현장에서 재밌겠다며 폭력에 참여하고 구두 뒤꿈치로 피해자를 성추행할 정도로 죄질이 나빴다. 다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모두 1심인 장기 4년~단기 3년6개월, 장기 3년6개월~단기 3년에서 집행유예 4년과 3년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죄질이 좋지 않지만 나이도 어리고 하룻밤 실수로 단기형 실형은 가혹하다고 판단한다"고 선처했다.

또 수사당국에 '소년법 좀 폐지하라'고 조롱하던 C는 어떻게 됐을까. 과거 기소유예 1회에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 3회를 받은 전력이 있던 C는 이번 사건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C는 1심에서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대법에 상고까지 하며 반성문도 제출했으나 결국 1심 그대로 실형이 확정됐다. 그때까지 저지른 범죄 중에서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한 변호사는 "우리사회가 말이나 생각, 행동하는게 거칠어져가고있다. 단순한 하나의 사건 문제가 아니라 점점 더 각박해져가는 사회를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할지 근본적으로 생각한다"며 "이 사건 자체는 송방망이 처벌수준은 아니지만 성인에 비해서는 형량이 낮게 측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형을 높혀야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물론 있었다. 신수경 민변 변호사는 "교도소에 그냥 가면 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성인보다 보호관찰을 강하게 붙여서 생활관리를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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