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근무뒤 모텔서 기절" 요양병원 간호사 자녀의 호소

백경서 2020. 12.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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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된 울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의 자녀가 “엄마를 지켜달라”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5일 ‘울산 양지요양병원 저희 엄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자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어머니는 환자를 두고 나올 수 없어 버티고 계시지만, 자식으로서는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청원인은 글에서 “(어머니는) 잠시도 돌보기 힘든 분들을 24시간 간호하고 격리된 모텔에 갇혀 기절하곤 하신다”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쓰러지기 직전 상태로 버틴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지요양병원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청원인은 “(병원은) 확진자와 비확진자 층만 나뉘어있을 뿐이지 음압병실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서 바이러스가 어디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다”며 “복도에서 쭈그려 앉아 밥을 먹다가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각 층에서 일하는 의료진 모두가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고 한다. 어제는 같이 밥 먹은 의료진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뭘 믿고 병원에서 밥을 먹느냐”고 썼다.

청원인은 “이렇게 하소연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 상황이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호트 격리가 처음에는 지역감염 확산을 막고 빠른 대처를 위해 좋은 조치인 줄 알았지만, 심한 말로 표현하자면 그냥 가둬두는 것”이라며 “빨리 확진자들을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완전하게 분리하는 게 맞다. 울산에 음압병동이 충분히 없다는 건 잘 알지만 확보하겠다는 약속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책임감 하나만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에 의지한 채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라며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들도 똑같다. 하루 빨리 환자들과 의료진의 안전을 지켜달라. 불가능한 걸 부탁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울산 양지요양병원은 18일 오전까지 병원 환자와 종사자 343명 중 절반이 넘는 208명이 확진됐다. 특히 환자 212명 중 164명이 감염돼 감염률은 77.4%에 달한다. 의료진도 다수 감염됐다. 의사 1명, 간호사 5명, 간호조무사 12명, 물리치료사 1명 등이다. 요양보호사도 퇴직자까지 포함해 21명이 감염됐다. 이른바 ‘n차 감염’ 사례도 20명에 달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요양병원 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경우도 다른 요양병원 이송을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받아 주려는 병원이 사실상 없어 계속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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