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억울한 옥살이 했는데"..法·檢·警 사과는 없었다

전원 기자 2020. 12. 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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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 피해자 "좀도둑 대도로 만든 건 수사기관"
CCTV 제대로 확인 안하는 등 부실.."책임지는 곳은 없어"
© News1 DB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수사기관은 물론 법정에서도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징역 6년이라는 형이었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을 살고 나왔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려 조사를 받고 1심에서 징역형을 판결받아 10개월을 교도소에서 생활했다가 결국 재판 시작 2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A씨(60).

A씨는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잘못된 수사 등으로 인해 10개월여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했고, 가족들은 큰 상처와 불명예를 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A씨의 억울한 옥살이의 시작은 지난 2015년 12월30일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 B씨(59·여)가 찾아와 소란을 피우면서 시작됐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찾아와 조카인 C양(당시 10대)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었다.

A씨는 황당한 마음과 함께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한 만큼 행패를 부린 것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성폭행 피해 신고가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A씨는 '죄가 없는데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A씨는 자신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너무 친철하게 조사를 한 경찰에게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진술하고 15분 만에 나왔다.

경찰의 추가 조사 요청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나를'이라는 생각과 함께 맞고소를 준비하겠다고 경찰에 말했었지만 검찰에서 하라고 한다는 설명에 조사만 받으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A씨는 3번째 조사까지 받았다.

A씨는 "알고보니 경찰이 내가 했던 사사로운 감정이나 표정까지 수사 서류에 넣어서 검찰에 송치를 했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1차례 받으면서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A씨는 억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모텔 CCTV는 물론이고, 모텔 주변 CCTV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모텔을 갔다고 했는데 모텔 CCTV가 일주일 밖에 저장이 안된다고 경찰이 했다"며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고자 동분서주한 딸이 해당 모텔에서 확인해보니 119일간 저장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C양을 교회 앞에서 차량에 태워 마트 등을 들렸다고 했는데 그 CCTV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는 C양이 모텔에서 카드 결재를 했다는 것에 카드 내역서를 보면 알 수 있었는데 재판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출퇴근 시간과 C양의 이동시간이 달라 만남이 어렵다면서 범행 추정 일시에 직장으로 출퇴근한 기록을 확인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양이 모텔로 이동했을 당시 차량이 네비게이션이 달린 소형차라고 했는데 차량 사진을 준중형 차량에서부터 자신이 타고다니는 중형차량의 사진까지 포함시켜서 C양에게 타고간 차량을 고르라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C양의 고모부도 진술에서 A씨가 범행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말했지만 이는 반영도 되지 않았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C양이 있는 집 열쇠가 C양의 고모부와 고모만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열쇠를 확보했는지 등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C양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고소를 했다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불기소됐던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의 부서의 팀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수사 과정에서 집주인이 만날 시간이 없을 것이다. C양은 오전 4시에 나갔다가 오후 3시에 들어온다고 했고, 난 오전 8시에 나가서 오후 8시에 들어온다고 했다"며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다. A씨는 "검찰 조사를 1차례 받았다"며 "어느날 갑자기 판사의 서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이에 법원을 갔다가 영장이 발부됐었다. 황당했지만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교도소로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안심을 시켰었다.

그럼에도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의 실형을 받은 A씨는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A씨는 "1심 판결 선고 후 멍하게 있다가 끌려갔다"며 "그리고 교도소로 향했다. 교도소로 향하는 차량 옆에서 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심정에 대해 "땅이 뚝 꺼지더라. 이게 무슨 판결이라는 생각에 신발이라도 던지고 싶고, 크게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아버지의 무죄를 믿었던 A씨의 딸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광주 법원의 모습/뉴스1 DB

결국 A씨의 딸이 C양을 만나 진실을 밝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면서 설득했고, C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D씨가 아닌 B씨의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B씨가 시켜서 허위로 고소를 하게 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검찰과 경찰은 B씨의 남편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범죄를 밝혀냈고, B씨의 남편은 징역 2년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A씨는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D씨는 10개월 간의 구속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후 A씨는 재판이 진행된 후 2년여 만인 지난해 1월31일 무죄를 판결받았다.

또 A씨를 무고한 혐의로 B씨는 징역 7년을 판결받았고, B씨의 남편도 징역 3년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C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받았다.

항소심과 무고 재판을 통해 자신이 무죄임을 확인받은 A씨는 수사기관과 법원으로부터 사과는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좀도둑을 대도로 만든 것이 수사기관이다"라며 "조금만 더 자세히 수사를 했으면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사안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과도 받지를 못했다"며 "이번 무고 혐의 판결에서라도 사과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역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 등이 거짓을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국가기관이 조사를 했고, 역시 사법기관에서 판단을 했으면서 10개월간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다들 잘못한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만약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억울한 옥살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은 제대로 수사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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