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제 버릇 개 못 준' 요시다 DHC 회장

이세원 2020. 12.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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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에 일본 우월주의·순혈주의 색채..불매운동 조짐
차별 조장해 오히려 국격 떨어뜨려..일본 당국 대응 주목
국경·인종 초월 '세계인 화합의 장' 올림픽 개최 자격 의구심
도쿄에 화장품 업체 DHC 광고탑이 설치돼 있다 [촬영 이세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화장품 기업 'DHC'가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민들을 분노하게 한 일주일이었다.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79) DHC 대표이사 회장이 재일 한국·조선인을 노골적으로 멸시하는 글을 이 회사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이 쇄도했다.

그는 자사 건강보조식품이 경쟁사인 산토리 제품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면서 재일 한국·조선인을 깎아내렸다.

문제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메시지. "산토리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한국·조선인)계 일본인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받는 것 같다. DHC는 기용 탤런트를 비롯해 전부가 순수한 일본 기업이다"(붉은 밑줄)라고 썼다. [DHC 온라인 판매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요시다 회장은 "산토리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한국·조선인)계 일본인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받는 것 같다. DHC는 기용 탤런트를 비롯해 전부가 순수한 일본 기업이다"라고 썼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을 비하하는 일본어 '존'(チョン)에 산토리를 합성한 표현으로 보인다.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는 "나이키 광고에 대해 '일본에 차별 따위는 없다!'고 미친 듯이 화낸 사람들에게 '봐라, 이렇게 차별주의가 있다'고 안타까운 사실을 몸소 알려주는 DHC의 공격성"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나이키가 재일 조선인 차별 문제를 소재로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 화제가 되자,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이키가 존재하지 않는 차별을 거짓으로 만들어 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요시다 회장이 버젓이 차별을 조장하는 글을 써서 나이키 광고의 문제의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의미다.

재일 조선인 차별 문제를 소재로 한 나이키 광고 [나이키 저팬 유튜브 채널 게시 동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트위터에 DHC가 운영하는 해양심층수 수영장을 이용한 시절이 있었으나 요시다 회장이 여러 차별 발언을 하면서부터는 한 번도 가지 않았고 DHC의 제품도 절대 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DHC는) 한국(계)을 차별하면서 고려인삼 건강제품을 판다. 기회주의에 미력이나마 항의한다"고 썼다.

트위터에서는 "#차별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는다"는 글이 들불처럼 펴졌고 "#보이콧(Boycott, 불매·거부) DHC" 구호도 등장하는 등 사실상의 불매 운동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아리타 요시후 의원이 트위터에 남긴 DHC 비판 게시물. DHC 회장이 한국을 멸시하면서 고려인삼 제품을 판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 흥미롭다. [아리타 요시후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간 매출액 1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차별을 부추기는 표현을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DHC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는 소비자들이 행동으로 답을 제시할 것을 기대해 본다.

견공들에게 미안하지만, 요시다 회장이 벌인 소동을 보면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요시다가 비슷한 맥락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시다가 2018년 4월 우익 성향 산케이(産經)신문 계열 산케이디지털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이론나'(iRONNA)에 올린 글을 보면 그는 일본 순혈주의를 신봉하고 일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인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혐한 시위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의 행진 모습 [촬영 이세원]

당시 글에서 요시다는 최근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일본인이 중국인이나 한국인과 전혀 관계없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인만이 유럽인에 가까운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인종인 한국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있더라도, 그리고 다소는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있더라도 결코 대량으로 이 나라에 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일 사상을 지닌 재일 한국·조선인이 귀화해 일본 사회의 주요 영역에 너무 많이 진출했다며 "반일은 안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신세 지면서 일본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것에서만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재일 귀화인은 역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2016년 2월에는 "지금 일본에는 놀랄만한 수의 자이니치(在日, 재일한국·조선인)가 살고 있다"면서 "문제는 일본인으로 귀화했음에도 일본 욕만 하거나 도당(徒黨·어떤 목적을 위해 조직한 무리나 단체)을 꾸려 자이니치 집단을 만들려고 하는 무리"라고 DHC 홈페이지에 회장 메시지를 남겼다.

도쿄 도심의 혐한 시위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요시다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일본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은 물론 AFP통신이나 BBC방송 등 서구 미디어까지 요시다가 차별을 사실상 부추기는 글을 올린 사실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와 당국이 이번 사태에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2016년 6월 시행된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은 재일 한국·조선인 등 타국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은 있어서는 안 되며 이런 사태를 이대로 간과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일본)가 점하는 지위에 비춰보더라도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또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런 부당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국경, 인종, 성별을 넘어 세계인이 화합하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 살펴볼 잣대가 또 생긴 셈이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으니 연기된 올림픽을 개최할만한 여건이 조성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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