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삼수, '안'철수 작전..선거판, 요동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뒤집었다. 그만큼 정권의 독주를 당장 막는 게 급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서울시장 선거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야권에서 뚜렷한 강세 후보가 없던 상황이었지만 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이 커졌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안 대표로서는 판을 흔들면서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다른 야권 주자들도 영향권에 놓인다. 역시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말 그대로 '조기 대선' 수준으로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유 전 의원을 향한 등판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여당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발 '야권연대' 바람이 불거나 또 다른 야당 중량급 인사들의 출사표가 이어진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카드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동안 철저하리만큼 안 대표와 연대나 통합 등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는 "고심 끝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말씀들, 그리고 박 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해서 서울시정을 혁신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3년 반, 나라도 절체절명, 민생도 절체절명, 야권도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실정을 바로잡아 나라와 야권 전체에 혁신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전날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이달 10일 거대여당에 의해 강행 처리되는 등 무기력한 야당의 현실을 절감하고 나서 보궐선거에 직접 나설지를 고민해왔다는 전언이다.
안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안 대표가 정기국회가 끝난 이후부터 출마 여부를 고민했고 내년 보궐에서 이겨서 여당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정계 원로들의 계속된 출마 요청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안 대표의 완주 가능성에는 "출마를 결심했으니 당연히 완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에 3번째 도전하는 셈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사실상 후보를 양보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박 전 시장은 물론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도 뒤지며 3위에 그쳤다.
안 대표는 20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보궐 선거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안 대표로서는 야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후보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보수 지지층 등에게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이미지로 호소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대권에 바로 도전한다 해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버텨왔지만 본인이나 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박스권에 갇혀왔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야권 후보군에게도 파장이 크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혜훈·이종구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출마를 고민해왔다.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경선에 나설 수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등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들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였다.
초선그룹에서는 윤희숙·김웅 의원과 당 밖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변수였다.
그러나 안 대표가 나오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 정도가 아니면 다른 후보들은 일단 인지도에서부터 어려운 싸움이다.
물론 안 대표가 출마해도 야권 단일화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안 대표와 연대, 국민의당과 통합 등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낮게 평가하며 수차례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거듭해왔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가열될수록 '유승민 등판론'도 커질 수 있다. 유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거 국면이 급변한다면 어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안 대표를 필두로 야권에서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나오고 단일화 분위기까지 이어진다면 여당에서도 다양한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곧 정권의 레임덕(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현상)으로 직결된다고 판단하는 등 상황 인식이 심각해지면 특단의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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