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음주단속은 무조건 튀는 게 상책?..법의 빈틈 악용한 도망자들

김지선 2020. 1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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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7일 밤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도주한 A경위.

경찰에 붙들려 음주 측정 장소에 도착한 A씨는 4∼5m 높이의 옹벽을 뛰어내려 자취를 감췄습니다.

1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가 나왔는데요.

경찰은 음주운전 의심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지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처벌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게 되는데요.

유동현 변호사는 "원래 수치가 0%가 나오면 위드마크 공식 적용이 어렵지만, 음주사실을 시인할 경우 사용 가능하다"며 "본인이 진술한 마지막 음주량과 음주 시점 등을 넣어 계산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위드마크 공식은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당 0.015%씩 감소한다'는 1930년대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안됐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술이 깨버렸거나 한계 수치 이하일 때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기법인데요.

문제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산출한 추정치가 법원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15년 전 국민을 공분하게 한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입니다.

당시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한 가해자는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는데요.

법원은 원심에서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사고 후 도주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음주운전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방송인 이창명 씨의 음주운전 의혹 역시 비슷한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죠.

이 같은 판결이 잇따르자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도망가거나 음주 사실을 감추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대응법'이 운전자들 사이에 회자하기도 하는데요.

위드마크가 과학적 공식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술이 깬 이후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이용한 수사 결과를 유죄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를 매우 까다롭게 따지는 편입니다.

동석자 등을 상대로 운전자가 마신 술의 양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죠.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지는 상승기인지, 낮아지는 하강기인지도 고려 대상입니다.

안주를 얼마나 먹었는지, 평소 주량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 모든 상황을 종합해 혈중알코올농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기준치를 넘었는지 확인하게 되는데요.

대법원 판례 역시 섭취한 알코올 양 등 위드마크 공식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호흡측정, 혈액채취를 하지 않고, 도주 후 시간을 끌어 무죄를 주장해볼 여지가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위드마크 공식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도록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식을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한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한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데요.

단속 경찰이 음주 측정 개시를 3차례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A씨가 달아나 '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할 수 없고, '도주죄'는 미란다원칙을 고지해 신병을 확보한 상태가 아니라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단 운전자가 단속 현장을 벗어나면 추후 처벌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피 자체가 가중처벌 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관련 법을 통해 이중삼중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홍요은 인턴기자 박소정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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