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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폭행' 입건 안한 경찰의 근거, 알고보니 거꾸로 해석

이가영 입력 2020. 12. 20. 15:23 수정 2020. 12. 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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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새벽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폭행했으나 경찰이 입건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 지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처리에 문제는 없었다며 2017년 헌법재판소가 ‘공중의 교통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할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는 법관 해석에 의해서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결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왜 맞지도 않는 판례로 논란을 키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정 취지는 정반대…“아파트 단지라도 무리한 해석”
당시 헌재의 결정문 전문을 보면 경찰의 설명과 그 결정 취지가 정반대다. 헌재는 “‘운행 중’이란 운행 중 또는 일시 주‧정차한 경우로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인해 운전자,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면 어떠한 경우가 ‘운행 중’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경찰이 근거로 제시한 문장도 결정문에 담겨있기는 하다. 다만 그 전제 조건이 있다. '보호법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 즉 운전자와 승객, 보행자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을 때'다.

아파트 단지는 이런 점에서 ‘공중의 교통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택시 기사 폭행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은 목적지에 도착해 돈을 내는 때”라며 “운전자나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엄중 처벌함으로써 교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협소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개정 전 법률에 관한 헌재 판결 ‘끼워 맞추기’
다수의 법조계 전문가는 2017년 헌재의 결정은 개정 전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특가법)에 관한 판단으로, 이 차관 사건에 바로 대입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개정 전 특가법 5조의 10항은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운행 중’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개정 이유는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하도록 명확히 규정해 승‧하차 중 발생하는 운전자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경찰이 굳이 개정 전 특가법에 관한 헌재 판단을 근거로 “이 차관의 폭행이 일어날 당시는 운행 중이 아니었다”고 본 건 개정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개정 후 특가법에 대한 최신 헌재 판단
지난 3일 헌재는 개정된 특가법에 관해서도 일관된 판단을 내렸다. 시비가 붙어 일시 정차한 택시 안에서 기사를 폭행한 승객은 “다른 승객이 없는 경우나 일시 정차한 상황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의 책임이 달라야 하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건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여객의 승‧하차 등을 위한 일시정차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계속적인 운행이 예정되어 있어 운전자에 대한 폭행이 발생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근거로 제시한 2017년의 결정에 관해서도 “여전히 타당하므로 견해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 형사법 전문가는 “취객의 시비는 워낙 흔한 일이니 경찰 입장에서는 내사 종결 처리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도 “처리에 약간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면 될 것을 굳이 과거 헌재 판결을 갖다 붙여 다수의 법조계 전문가의 반발을 키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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