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why] 中, 호주 공격 어디까지 할까
中, 철광석 60% 濠에 의존 불구
美 편드는 행태에 '자해성 공격'
양국 국민들 자존심 싸움 번져
교역 해결돼도 관계회복 난망
중국이 호주 철광석을 겨냥한 것은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전체 철광석 사용량의 60%를 호주에 의존하며 호주의 대(對)중국 수출 중 40%가 철광석이다. 양국 모두 철광석 수출·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양국 모두의 아킬레스건인 철광석에서의 싸움만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 철광석을 겨냥한 것은 ‘내가 다치더라도 상대의 급소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양국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진 상황이다. 이런 정황을 우려해서인지 18일 리오틴토는 향후 2년간 중국 최대 국영 철강회사인 바오우강그룹과 함께 저탄소 제강을 연구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그간 호주산 소고기를 규제하고 와인(212%), 보리(80.5%)에 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온갖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호주는 전체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한다. 반면 중국의 수출 중 호주의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호주는 철광석 외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호주의 첫 반격은 보리 반덤핑 관세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은 호주 석탄 수입도 사실상 끊은 상태라 원자재와 농축산물 위주인 호주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국 간 갈등은 4월 코로나19 발원지 문제로 시작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정학과 국제정치다. 호주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는 미국의 최고 파트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는 미국·호주·인도·일본이 구성원이다. 지도상으로 볼 때 호주가 중국의 남쪽, 인도가 서쪽, 일본이 동쪽을 각각 맡아 중국을 포위하는 개념이어서 중국 입장에서는 호주가 좋게 보일 리 없다.
게다가 호주는 미국의 여러 동맹국 중에서도 ‘혈맹’으로 꼽히는 나라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미국의 최우방국을 일컫는 ‘파이브아이즈’의 한 축이기도 하다. 다섯 나라의 정보 기관이 ‘UKUSA’ 협정에 따라 첩보를 교환할 만큼 안보동맹적인 성격이 강하다. 호주가 화웨이 등 중국 5세대(5G) 장비를 금지한 것도 미국 중심의 안보협의체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양국 국민들 간에 감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훗날 교역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두 나라 국민의 악감정이 남아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관계 회복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상대방 상품·서비스에 대한 불매는 물론 국제 관계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상대방을 모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중국의 한 젊은이가 호주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소년을 살해하는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외교 문제가 됐고 지난달 호주 공영방송 ABC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에서 중국 당나라 시절 황후가 쥐와 벌레를 먹는 모습을 대역의 재연으로 방영해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호주 공격이 한중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당시 외교적 노력으로 경제 보복을 축소하기는 했지만 두 나라 사이의 불편한 기억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호주와 중국의 관계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재설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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