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 "백신 못구했다고? 한국 끔찍한 실수"

신수지 기자 2020. 12. 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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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랑 10년 특별보좌관 지낸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 인터뷰
"백신 최소 10여종은 나와야"
“절망에 저항하십시오.” 코로나가 짓밟은 한 해 끝에,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가 한국의 독자에 당부한 말이다. 아탈리는 15일 Mint 인터뷰에서 “코로나는 인류에게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다'는 이타주의의 가치를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뭐라고? 한국이 코로나 백신을 구하지 못했다고? 직접 확인을 해보기 전엔 믿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이라면 끔찍한 실수(terrible mistake)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77)는 지난 15일 Mint 화상 인터뷰 때 한국이 코로나 백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책 ‘생명 경제로의 전환’에서 한국의 코로나 방역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미리 대응 전략을 세우고 여론을 설득하면서 기업에 마스크와 진단 검사 키트 생산을 독려해 사회 전체가 잠정적인 무덤 속에 갇히는 국면을 피했다고 적었다. 그런 한국이 정작 백신을 구매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믿기 어려워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할퀸 2020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단 기간에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2021년을 이 먹구름 아래서 끌어낼까. 우리는 이 암흑 속에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아탈리는 “코로나의 끝을 이야기하긴 이르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충분히 배우지 않는다면,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아탈리는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취임 후 10년간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07년 집권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밑에서는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1990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을 주도하며, 1993년까지 초대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1994년 설립한 컨설팅 회사 ‘아탈리&아소시에’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엔 책 ‘생명 경제로의 전환’을 냈다. 그는 1998년 책 ‘21세기 사전'에서 인류가 2030년까지 팬데믹을 포함한 여러 재앙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삶에 남긴 것과 앗아간 것은 무엇인가.

“팬데믹은 우리가 잊고 있던 많은 걸 알려주었다. 우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결국 나에게 이익이 되다는 ‘이타주의(利他主義)’의 힘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미래의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생명 경제(economy of life)’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건강, 교육, 위생같이 생명 그 자체와 연결된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앗아간 것은 ‘함께함'이 아닐까. 인간은 홀로 지낼 수 없는 존재인데, 팬데믹으로 서로에게서 분리되어 버리고 말았다. 큰 손실이다.”

–생명 경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생명’ 그 자체를 증진하기 위한 보건, 위생, 식량, 농업, 교육, 디지털 분배, 깨끗한 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이런 분야에 인류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매진하진 않았다. 대체로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이 범주 안에 들어 있었다. 미래엔 이를 7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이런 분야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세우고,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고 시장 역시 생명 경제를 투자의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생명 경제와 관련한 분야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코로나의 끝은 결국 백신 아닌가. 한국은 백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실인가? 다시 확인을 해보겠지만 한국이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건 실수다. 끔찍한 실수다. 물론 백신이 단칼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국가에서도 아무리 일러도 내년 여름까지는 코로나 영향 아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내년 내내일 수도 있다. 선진국은 좀 나을지 모르지만, 저개발국에선 백신을 맞게 하는 자체가 큰 도전일 수도 있다.”

–2021년에도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면 너무 암울하다.

“낙관·비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이쯤으로 충분하다'고 할 때는 아니란 뜻이다. 백신 두세 개로 인류 전체를 커버하기는 어렵다. 백신 개발은 여러 회사에서 계속되어야 하고, 10여 종의 코로나 백신이 시중에 나와 어디에서건 백신을 구할 수 있어야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매우 길 전망이어서, 2021년 우리는 ‘좌절에 저항하라'는 말을 반복해서 다짐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1월 1일이 된다고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낙담이 우리를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서 지워버려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도 있을까.

“인류는 예전보다 덜 이동하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배워가고 있으니까.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출장을 자주 다녔었는데, 어떤 출장은 가치가 있었지만 정말 쓸모없는 출장도 적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시간을 버리는 대신 그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그다지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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