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속도, 유례없는 협력.. 백신 위해 전세계 똘똘 뭉쳤다
하지만 백신 개발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이달 8일 영국에서 처음 접종을 시작했다.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도 이달 18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95%의 효과를 보이며 코로나19로 고통받던 인류에게 희망을 안겼다.
○꽃피운 백신 개발 속도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해의 과학 성과로 1년도 채 되지 않은 연구 끝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을 꼽았다. 사이언스는 “과학자들이 하나의 적을 상대로 이렇게 많은 백신을 개발하고 이처럼 공개적이고 빈번하게 협력한 적은 없었다”며 “짧은 기간 동안 한 전염병에 이처럼 많은 돈과 힘, 지식을 쏟아 부은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과거와 달리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 위해 눈부신 기술들이 적용됐다”고 분석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활용한 전령RNA(mRNA) 방식의 백신은 이제껏 한 번도 백신에 적용된 적이 없지만 가장 먼저 성과를 냈다. 이 방식은 바이러스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RNA)을 지질로 된 작은 주머니에 감싸 인체에 주입하는 핵산 백신이다.
일부 과학자도 문제를 일으켰다. 디디에 라울 프랑스 지중해 질병연구센터 소장은 지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거의 쓰이지 않는 항바이러스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 있다는 불분명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혼란을 줬다. 집단면역을 채택하자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발표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나서는 정부 정책에 맞서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이처럼 파생된 문제를 해결한 것도 과학자들의 연대였다고 평가했다. WHO와 영국의 과학자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을 빠르게 검증해 약물을 퇴출시켰다. 수천 명의 과학자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은 위험한 오류”라고 선언한 존 스노 서한에 서명했다. 사이언스는 “올해의 성과가 감염병에 대한 더 많은 연구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과학과 사회의 유대를 되살리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과학 난제 해결 가까워진 AI 알파폴드2
사이언스는 생명과학계의 난제로 꼽히는 단백질 접합 문제 해결을 눈앞에 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폴드2와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하고 혈액병을 치료한 첫 임상 결과 등도 올해의 과학 성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4만4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예술 벽화와 우리 은하 안에서 처음으로 포착된 ‘빠른 전파 폭발(FRB)’도 포함됐다.
사이언스는 15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상온초전도체를 개발한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의 연구 성과에 대해 “마침내 초전도체를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스스로 치유한 이들을 분석해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 실마리를 제공한 연구와 새의 뇌를 분석해 조류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도 올해의 성과로 꼽혔다. 올해 이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발맞춰 과학계 차별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과학자들과 나날이 빨라지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예보도 성과에 포함했다.
사이언스는 이와 별도로 올 한 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과학계 인사를 선정하고 추모하는 자료도 냈다. 사이언스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폭로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돼 2월에 결국 숨진 중국 우한시 중신병원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활약을 추모하며 “중국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분노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남아프리카에서 여성의 에이즈 예방에 평생을 바친 지타 램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럼연구소 최고과학책임자, ‘마법의 천재’로 불린 존 호턴 콘웨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등 10명이 올해 기억될 과학자로 소개됐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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