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바 증거인멸' 핵심인물 자회사 복귀..삼성 준감위는 허울뿐?

신민정 2020. 12.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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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TF)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업무를 관장하면서 회계부정 사건의 증거를 인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전자 임원이 최근 에피스 임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한겨레> 와 한 통화에서 "백 상무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로 오기 전 에피스 개발본부의 팀장이었다. 티에프 파견을 마친 뒤 원래 회사 및 직무로 복귀한 것"이라며 "준감위의 권고는 백 상무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할하는) 컨트롤타워에서 배제하라는 것이었고, 이번 인사는 준감위의 권고를 따른 인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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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업범죄]"겉으로만 수뇌부 준법의지 과시
준법감시위 역할에도 의구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당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 상무(가운데)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TF)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업무를 관장하면서 회계부정 사건의 증거를 인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전자 임원이 최근 에피스 임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원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현업으로 복귀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고,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통해 공개적으로 시정 약속까지 했는데 다시 에피스로 소속을 옮겨 관련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출범한 준감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준감위 설치 및 운영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 소속이었던 백상현 상무는 최근 에피스 개발본부 팀장(상무)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사업지원 티에프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 전반을 관장했던 백 상무는 2018년 5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에게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증거은닉교사)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난 백 상무는 삼성전자 임원으로 복귀해 다른 임원 명의의 전자메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업무지시를 하는 등 이전과 다름없이 계열사 업무에 관여했다. <한겨레> 보도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6월4일 열린 준감위 회의에서 이인용 사장은 백 상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고 “내부에 가서 그런 부분들을 확실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는 김지형 준감위원장이 <한겨레> 보도 내용을 위원들과 공유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의견을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이 사장이 회사를 대표해 유감을 나타낸 것이어서, 준법경영 감시역으로 출범한 준감위의 긍정적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백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업무와 상관없는 삼성전자 산하 종합기술원으로 전보됐지만 약 6개월 뒤에 자신이 관장하던 에피스에 상무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백 상무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로 오기 전 에피스 개발본부의 팀장이었다. 티에프 파견을 마친 뒤 원래 회사 및 직무로 복귀한 것”이라며 “준감위의 권고는 백 상무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할하는) 컨트롤타워에서 배제하라는 것이었고, 이번 인사는 준감위의 권고를 따른 인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직접 현장에서 지시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초래한 핵심 인물이 해당 회사에서 임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겉으로만 삼성의 준법 의지를 드러내고 실상은 수뇌부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부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삼성 정기인사에서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에 연루된 임아무개 전 삼성 미래전략실 바이오 담당 부장이 삼성바이오의 사업기획 담당 상무로 승진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8년 11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삼성 내부문건을 보면, 임 상무는 2015년 삼성바이오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회계 처리를 바꾸자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삼성바이오 직원과 주고받았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과정에서 미전실과 삼성바이오의 통로 역할을 했던 핵심 실무자가 삼성바이오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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