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구로아파트 집단감염, 환기구로 위아랫집 코로나 퍼졌다
여름철 외부 온도가 더 높을 때
환기구 아래로 공기 흐름 발생
아랫집 욕실로 바이러스 들어가
지난 8월 하순 서울 구로구 A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것은 여름철에 흔히 발생하는 '역(逆) 굴뚝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파트 수직 환기구가 바이러스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복도식인 A 아파트는 주민들이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같이 사용했지만, 다른 세대에서는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두 개의 수직 라인에서만 7가구 10명의 확진자가 발생, 전파 원인을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에도 아파트 수직 환기구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방역 당국에서는 정확한 역학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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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2개 라인 7가구에서만 발생
이와 관련 국회 미래연구원 허종호 박사(서울대 의대 이종욱 글로벌 의학센터 자문위원)와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황서은·오범조 교수, 장제환 건축사 등이 구로 아파트 감염 원인을 추적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감염병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투고했다.
논문은 지난 10일 채택됐고, 18일(현지 시각) 인터넷을 통해 사전 공개되면서 전문가 검토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여름철 외부 기온이 굴뚝 내부 온도보다 높은 상태에서 찬 공기가 아파트 수직 환기구를 따라 내려가 쌓이는 이른바 '역 굴뚝 효과(reverse stack effect)'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최초 감염자가 배출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랫집과 윗집, 특히 아랫집으로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988년에 지어진 A 아파트는 ㄷ자형 복도식 아파트로, 8월 당시 267세대 437명이 거주했다.
이 아파트는 수직 라인별로 9~15층으로 층수가 다르게 구성돼 있으며, 층별로는 15~21세대로 이뤄져 있다.
주민들은 2대의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했는데, 유독 5라인 5세대와 6라인의 2세대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역학조사에서 확진자들은 외출 때 마스크를 항상 착용했다고 답했다.
또, 감염자가 발생한 세대별로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직접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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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환기구와 욕실 사이 공기 차단 장치 없어
연구팀은 논문에서 "가장 먼저 증상을 보인 입주자가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 기침·호흡 또는 변기 물 내림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방출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때 방출된 바이러스가 수직 환기구로 들어가 아래층과 위층으로 확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직 환기구를 따라 이동한 바이러스는 아랫집이나 윗집 욕실로 들어갔고, 욕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흡입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허 박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 아파트는 건설된 지 오래된 편이어서 개별 세대의 욕실에서 수직 환기구로 공기를 강제로 빼내는 환풍기도 없었고, 수직 환기구에서 욕실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장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 굴뚝 효과'가 발생하는 여름철에는 환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설명이다.
여름철에는 실내 온도가 외부 기온보다 낮아 수직 환기구 내부의 공기는 아래쪽으로 흐르는 힘을 받아 하부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허 박사는 "여름철보다는 약하겠지만, 겨울철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현장에서 바이러스 검출 등 구체적인 역학 조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로써는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환기구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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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홍콩에서는 배수관이 문제
한편, 2003년 홍콩 주택단지 아모이 가던스(Amoy Gardens)에서 발생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집단 감염 때는 화장실 변기에서 발생한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 속의 바이러스가 여러 세대를 연결한 실내 하수도 배관을 통해 전달됐고, 이를 통해 321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허 박사는 "A 아파트의 경우 악취 방지를 위해 하수관 내에 물이 차 있는 구조여서 배수관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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